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하순 취임한 뒤 정책금융 체계 재검토를 강조하고 있다. 김석동 전(前) 금융위원장이 이임식에서 재임 중 추진하지 못해 아쉬운 과제로 정책금융 체계 개편을 꼽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미 정책금융 체계 개편 방안에 관한 본격적인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개발연대에 금융자원을 전략적 기간산업과 수출기업 등에 집중 배분한 것이 정책금융으로 경제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세계화 바람, 외환위기 등을 거치면서 금융의 자율화ㆍ민영화가 우선되다 보니 정책금융이 위축됐다. 특히 국책은행 민영화에 집착한 이명박 정부 때 정책금융이 크게 후퇴했다. 정책금융 체계를 개편하여 그 기능을 강화하려는 새 정부의 움직임은 이런 상황을 역전시키는 것이라는 의미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세운 창조경제가 정책금융의 뒷받침을 필요로 한다는 점도 중요한 배경이다. 금융위가 지향하는 정책금융 체계는 중소기업 지원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대기업 지원을 중시하던 과거 개발연대의 정책금융과는 확실히 다른 방향이다. 신 위원장이 지난주 숭실대 창업보육센터를 방문한 자리에서 '정책금융은 비행기 이륙과정에서와 같이 성장단계별로 특화된 중소기업 지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그런 뜻이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은행뿐 아니라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자본시장도 아우르는 폭넓은 관점에서 새로운 정책금융 체계를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확한 문제의식이고, 올바른 방향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구체적인 사안으로 들어가면 하나하나가 쉬운 일만은 아니다. 우선 이전 정부에서 추진하던 국책은행 민영화의 물줄기를 거꾸로 돌려야 하는데, 이해관계 집단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 그동안 민영화 논란 속에서 모호해진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정체성과 지향을 재정립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정책금융공사를 산은과 다시 합쳐서 정책금융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게 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것이 최선인지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 최근 감사원이 지적한 대로 정책금융 기관 간 기능중복에 따른 비효율을 제거하는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밑그림부터 다시 그리는 혁신의 차원에서 이번 일이 추진되기를 바란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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