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키 170cm인 여대생 서지희(가명)씨는 영락없는 서구형 체형의 소유자다. C컵 사이즈의 속옷을 입고 착 붙는 레깅스로 긴 다리를 자랑한다. 체구는 커졌지만 먹는 것은 소식한다. 혼자 살기 때문에 밥을 해먹는 대신 간단한 빵이나 시리얼을 먹고, 집에서는 미니 와인을 사서 혼자 분위기를 잡기도 한다.국내 소비자들의 생활패턴이 변함에 따라 체형이나 식습관도 달라지고 있다. 팔ㆍ다리가 길어지면서 체구는 서구화된 반면 1인 가구 증가와 몸매 가꾸기 열풍 등으로 소용량 제품을 선호하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속옷브랜드 남영 비비안에서는 올해 D컵 브래지어 판매량이 증가했다. 국내 란제리 브랜드에서 구비하는 브래지어 사이즈는 A컵부터 C컵까지가 대부분이었다. 이중에서도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사이즈는 A컵 75 사이즈. 그러나 비비안에서는 2010년부터 주력상품 사이즈에 D컵을 추가했다. 여성들의 신체 사이즈가 점차 서구형으로 변하면서 큰 사이즈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났기 때문이다. 심지어 올 봄에 출시한 '프리모션' 브라에서는 E컵까지 선보였다. 이러한 빅사이즈 속옷 판매량은 증가 추세다. 2010년 3월 D컵 브래지어 판매량은 전체의 0.1%에 그쳤지만 올 3월에는 이 비중이 5%로 50배 가까이 급증했다. 3년전까지만 해도 1000명 중 1명이 D컵을 입었지만 지금은 50명이 입고 있다는 얘기다.박성대 비비안 상품기획 대리는 "과거에 D컵이나 E컵은 다양한 사이즈를 구비하기 위한 구색용 제품이었지만 요즘은 큰 사이즈에 대한 수요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왕발 여성을 위한 빅사이즈 신발업체들도 매출 신장세를 타고 있다. 215mm부터 270mm까지 폭넓은 사이즈를 취급하는 한 신발업체는 하루에 100켤레 이상씩 수요가 발생, 매출 3000 만원을 상회할 정도다. 키가 크면 발 사이즈도 커질 것이라는 생각에서 틈새시장을 노린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백화점에서 찾기 힘든 XXXL(115)사이즈의 남성의류와 40인치의 빅사이즈 바지 등을 온라인몰을 통해 특별전을 열기도 했다.점차 몸집은 커지는 반면 먹거리는 소형제품 위주로 소비되고 있다. 1~2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고 특히 몸매ㆍ외모 가꾸기 열풍이 불면서 대량 상품 구매를 꺼려하기 때문이다. 편의점 CU에서는 소포장 야채청과류가 매년 30% 가까운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소포장 단위 제품은 필요 이상의 지출이나 요리 후 잔반을 덜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 을 얻고 있다. 소규격 가정간편식(HMR) 상품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대비 32.7% 상승했고 소포장 반찬은 무려 43.8%나 상승했다. 과일도 미니 패키지 상품이 트렌드다. 혼자 먹기 적당한 양의 포도, 방울토마토 등을 한 곳에 담아 파는 식이다. 최근에는 미니 와인도 나왔다. CU는 지난 해 12월, 딱 한 잔 분량의 4000원짜리 미니와인을 내놨다. 기존 750ml 내외 의 와인은 혼자서나 둘이 마시기에는 양이 부담스럽고 보관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와인 매출 신장률은 지난해 40%를 넘어섰다.업계 관계자는 "밥은 집에서 한끼 정도의 소량만 조리해먹는 경우가 많다"며 "이와 반대로 체형은 서구화되고 있어 옷은 커지고 입은 작아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오주연 기자 moon17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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