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기획재정부가 경제 정책에 본격 시동을 걸면서 다른 부처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총리로 승격되고 청와대 주례보고가 상설화되면서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측면에서다. 기재부를 제외한 다른 부처들은 자칫 자신들이 '이중대'로 전락할지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정하는 시스템은 크게 두 갈래로 작동한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매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지시사항을 받는 주례보고가 있다. 박대통령으로부터 경제 현안에 대한 지시를 받고 논의하는 자리이다.이어 매주 수요일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가 있다. 이르면 4월 첫째 주에 관련 회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 부총리가 주재하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비롯한 12개 부처 장관은 물론 금융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 총리실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참석한다.박 대통령의 지시와 주문을 받은 현 부총리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정책 방향을 확정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입'을 그대로 전달하는 부총리의 권한이 강하게 작용하면서 일방적 '지시와 주문 경제정책'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한 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경제 부총리 중심으로 각부 장관들이 일자리 창출은 물론 복지재원 마련 등 국정과제를 논의하지 않겠느냐"고 말한 뒤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에 따라 전 부처가 협업하는 시스템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각 부처의 예산이 삭감되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부처마다 새로운 이슈가 불거지고 이에 따른 예산 반영이 필요한데 국정과제의 우선순위에 밀려 부처 예산이 효율적으로 집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다른 부처의 한 고위관계자도 "벌써 부터 경상비를 줄여라, 의무지출을 줄여라는 등의 예산 편성에 대한 지침이 내려오고 있다"며 "국정과제 순위에 따라 조정은 필요한데 일방적으로 관련 예산을 줄이라고 하면 관계 부처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다른 부처들은 현 부총리의 청와대 주례보고에 눈길을 집중하고 있다. 보고형식이 독대로 될 경우 대통령의 지시사항이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기조가 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독대를 하는 부총리의 권한이 막강해 질 것이란 분석이다.박근혜 정부의 '부처 간 칸막이 없애기'도 일방통행이 되지는 않을지 각 부처들은 긴장하고 있다. 한 부처 관계자는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라는 것은 해야 할 일"이라고 전제한 뒤 "이 문제가 위로부터 내려오는 지시와 주문이 아니라 부처 간 협업과 토론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력이 한 곳에 집중되면 성과를 내기 위해 토론은 사라지고 지시사항으로만 채워질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국내 한 대학의 경제학자는 "경제가 어려울 때는 빠른 추진력이 필요하다"라며 "그러나 몇 명이 이너서클 형식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전 부처에 '따라오라'는 식의 상명하복 시스템은 단기에는 성과가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더 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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