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주 ADT캡스 팀장…부드러움·섬세함이 경쟁력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VIP(경호대상)가 쇼핑에서 산 새 구두를 신었다가 발에 물집이 생겼더라구요. 남성 경호원들이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VIP가 다리를 저는 것을 보고 반창고를 붙여 줬어요. 경호뿐만이 아니라 세심하게 챙겨주는 것에서 고객들이 감동을 받지요." 힘과 완력이 아닌 '부드러움'과 '섬세함'. 남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보안ㆍ경호업계에서 국내 최초로 여성 경호팀장에 오른 이용주 ADT캡스 경호팀장(34)이 밝힌 경쟁력의 비밀이다. 18일 만난 이 팀장은 "남자 경호원이 가진 든든함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성의 섬세함이 필요한 분야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며 "경호원은 남성이 대부분이지만 여성으로서 좋은 점도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가 맡은 업무는 사설 경호다. 마이클 잭슨, 빌 게이츠, 고르바초프 등 국내외 VIP 경호를 도맡는다. 최근에는 아동납치, 여성 성폭행 등으로 사회 분위기가 흉흉해지면서 기업체나 공공기관 등을 찾아 호신술 강의까지 하고 있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만 지난해에는 경호학과 박사학위까지 수료했다. "실무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도 능력을 보여주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이 팀장은 경호학과 졸업 후 입사 5년만인 지난 2007년, 28세 나이로 경호팀장에 올라 화제를 낳았다. 여성 경호원이라는 존재 자체가 희귀했던 시절, 국내 대형업체의 경호팀을 이끄는 '장'이 된 것. 경호팀장 5년차인 올해 보안업계 내 여성들의 입지도 크게 향상됐다. 특히 ADT캡스는 업계 여풍(女風)의 중심지다. 팀장 이상 직급에서 여성 비율이 10%를 넘어섰으며, 임원 중에서도 여성 비율이 15%에 달한다. 전체 출동대원 중 여성 비율은 2.6%로 1600명 중 50명에 이른다. 타 보안업체들이 채용한 여성 인력을 대부분 관제업무로 돌리는 것을 감안하면 큰 차이다. 보안 서비스가 단순한 경계와 재산 보호를 넘어 '생활 편의형'으로 변화해가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그는 앞으로도 보안ㆍ경호업계에서 여성 경호원들이 더욱 활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성 대통령이 선출되고 여성들의 사회 진출도 더욱 늘어나는 만큼 보안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경호대상 VIP가 여성인 경우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며 "여성 경호원의 부드러운 이미지를 선호하는 기업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 비중 확대를 위해서는 사회적 배려가 필수적이라는 덧붙였다. 그는 "처음 경호업체에 입사했을 때에 비하면 여성 경호원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육아나 결혼 등의 문제에서 좌절을 겪는다"며 "다행히 회사의 배려로 지난해 출산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왔지만 (여성 경호원) 대부분이 아이를 갖는 건 꿈도 못 꾸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2부 이지은 기자 leezn@ⓒ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