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율스님 '4대강 공사 현장의 모습...섬뜩했다'

18일 언론시사회 통해 4대강 다큐멘터리 '모래가 흐르는 강' 공개

지율 스님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4대강 사업은 한 두 사람이 추진한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동의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동안 자연에 대해 무관심했던 것들이 이 같은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께서 4대강을 '최대 치적'이라고 하는 것은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다."'천성산 도롱뇽 지킴이' 지율 스님의 4대강 다큐멘터리 '모래가 흐르는 강'이 18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지율 스님은 2008년 뉴스에서 4대강 착공식 장면이 나오는 것을 보고 그 길로 바로 산에서 내려와 낙동강의 지천인 내성천의 변화된 모습을 카메라로 담기 시작했다. 2011년부터는 아예 내성천가에 텐트를 치고 살면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 내성천 습지 복원 운동에 참가하고 있다. 이날 시사회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율 스님은 "지난해 9월부터는 강의 변화가 급격하게 이뤄졌는데 그 모습이 너무 가슴이 아프고 섬뜩했다. 빨리 (강에서) 나가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었지만 마지막까지 이곳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율 스님의 카메라에는 내성천의 파괴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모래가 흐르던 내성천은 '영주다목적댐건설공사' 현장으로 바뀌면서 점차 혼탁해져간다. 댐으로 수몰되는 마을 주위에는 댐 건설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빼곡히 적혀있다. 마을에 남아있는 노인들은 '갈 곳이 없다'고 한탄한다. 4대강 공사로 마을의 500년 된 당산나무도 뿌리 뽑힌 채 갈기갈기 토막 난 채 어딘가에 버려졌다.지율 스님은 "사람들이 '더 이상 강이 회복이 되지 않을 것이다', '다 끝났다'고 이야기할 때 가장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영화는 영주댐 건설로 378만859m²의 농경지, 661m²의 임야, 90년 된 초등학교, 38점의 문화재, 수달·먹황새 등 20여종의 천연기념물 등이 모조리 수장(水葬)당하게 되는 상황을 전달한다. 지율 스님은 "영화를 만들려고 했던 것은 당시 무엇을 할 지 몰라서 시작했던 일이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4대강의 모습을 기록하고 싶었다"며 "이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댐을 짓지 않고 습지로 보존한다면 우리는 우포의 3배, 여의도의 4배 크기인 350만평의 내륙습지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오히려 4대강 사업으로 강의 소중함을 알게 된 계기도 됐다"고 덧붙였다.조민서 기자 summ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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