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봐도 식물국회 맞네"본회의 단 6번 모여...지역구 현안만 속전속결[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19대 국회는 무능하고, 무책임하면서 민생에는 무관심한 '3無 국회'로 출발했다. 국회가 문을 연지 8개월이 지났지만 활동이 지지부진했다. 정부조직개편안을 놓고 극한 대립을 벌이고 있는 여야 의원들은 18대 국회보다도 법안 처리에 소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표밭을 다지기 위한 포퓰리즘 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거치지 않고 통과시켰다. 그러는 사이 각종 민생 법안은 국회에 묶여 있다. ◆ 18대보다 일 안하는 19대 의원들19대 국회의원들이 2월 임시국회까지 처리한 법안 건수가 같은 기간 18대 국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이후 2월 임시국회 회기가 종료된 5일까지 예·결산안과 임명동의안 등을 제외하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된 법률안은 모두 236건이었다. 정부가 제출한 법안을 제외한 의원 발의 법안은 160건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한 초선 의원은 "업무를 파악하고 국회 운영에 대한 기본적인 사항을 익히는 적응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같은 기간 18대 국회와 비교해보면 이 같은 설명은 무색해진다. 이번 국회에서 처리된 법안건수는 '무능 국회'라는 오명을 썼던 18대 국회보다 53% 감소했다. 18대 의원들은 같은 기간 495건의 법률안을 처리했다. 특히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을 처리하기 위한 '원포인트 본회의'를 제외하면 법안 처리를 위해 본회의가 열린 날도 6차례에 불과했다.'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며 앞다퉈 법안을 발의했던 모습과 대비된다. 19대 국회의원들이 법안처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6일 현재 국회에는 3189건에 달하는 법안이 쌓였다. ◆ 표밭 다지기 위한 법안은 앞다퉈 처리18대 국회에서 민생 법안과 포퓰리즘 법안의 희비는 엇갈렸다. 민생을 외면한 채 법안 처리에 소홀한 사이 표밭을 다지기 위한 지역구 현안 법안은 서슴없이 처리했다. 수백억원에서 수조원까지 소요되는 각종 지원법을 급하게 처리하면서 부실 재정은 물론 지역 갈등까지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졌다.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군공항이전특별법'은 대구·광주·수원 등의 도심에 위치한 군 공항을 이전하는 법적 근거를 담고 있다. 물론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입법요구는 거셌다. 하지만 공항 하나를 이전하는 데 약 3조원이 넘는 예산이 수반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또 최대 1000만평에 달하는 부지를 매입 과정에서 '제 2의 평택미군기지 이주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높다. 해당 지역구 의원들은 "비싼 군공항 부지를 매각한 대금으로 이전 사업을 추진하도록 했기 때문에 결코 국가 재정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항변하지만 구체적인 대차대조표가 마련되진 않았다.지난달 26일 통과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지원법도 마찬가지다. 전국에 건설 중인 10개 혁신도시를 지원하기 위해 인·허가 수수료를 면제하고 지방자치단체가 학교설립 비용을 지원토록 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물론 이로 인한 지방재정 부실화에 대한 대책은 논의되지 않았다. 전국에 특구로 지정된 150개의 지역에 대해 행정기관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법도 같은 날 통과됐지만 비용추계서는 첨부되지 않았다.◆ 각종 민생법안 표류여야 의원들이 잠을 자는 사이 각종 민생법안들까지 표류하고 있다. 주택 취득세 감면을 올해 6월까지 연장하는 지방세 특례제한법은 두 달 넘게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여야 모두 지난 대선에서 취득세 감면을 약속했지만, 개정안은 4일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했다. 법안 준비가 미흡했다는 이유였다.여야가 경쟁을 벌이며 입법하겠다던 경제민주화 법안도 처리되지 못했다.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방지하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방안,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법안, 프랜차이즈 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에 묶여 있다. 무상보육을 위해 국고보조율을 상향 조정하는 법안도 개정이 미뤄지면서 지난해에 이어 중단 위기 논란이 재연될 위기에 처했다.국회사무처의 한 입법조사관은 "정부조직 개편안을 둘러싼 극한 대립으로 각종 법안은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여야 모두 법안 처리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여야 지도부 모두 공개석상에서 '민생'을 외치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다가온다.이민우 기자 mwle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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