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산업단지공단 이사장
산업단지 내 중소제조업체의 인력난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젊은이들의 관심이 저조하여 우수인력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이에 더해 기존의 우수 여성인력의 유출은 인력난을 가중시켜 또 다른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노동집약형이면서 제품품질의 우수성이 경쟁력인 중소제조기업에 있어서는 섬세함을 가진 여성인력의 유출은 기업 경쟁력 약화의 주요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2년 상반기 여성 산업별 취업자 중 제조업은 전산업 중 12.3%(125만2000명)로 도소매업 다음으로 여성 취업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3년 현재 한국산업단지공단이 관리 중인 24개 산업단지의 여성근로자 수는 19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파주출판단지의 경우 여성근로자의 비율이 40.1%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으며, 대부분의 산업단지 여성근로자의 비율은 20~30%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산업단지에서 여성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은 직장과 육아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일자리를 그만두고 있다. 산업단지 내 여성근로자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퇴직의 주요이유로 육아문제(70.8%)를 꼽았다. 여성들은 일과 가정 그리고 육아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결과이다. 어린이집 관련 설문조사결과 기업체의 73.8%, 근로자의 81.2%가 산업단지 내 어린이집 확충이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선호하는 어린이집 유형으로는 국공립어린이집을 선택했으며, 이는 운영 주체를 신뢰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단공은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계, 지자체와 연계해 국공립보육시설 7곳을 새로 지어 육아시설을 확충했다. 올해에는 보육시설 수요조사를 토대로 정부와 유관기관 및 민간예산을 확보하여 전국 5개소에 단계별로 확충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보육시설은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24개 국가산업단지에 보육시설은 17개에 불과하다. 서울디지털산업단지 내 어린이집 두 곳 중 한 곳의 입소 경쟁률은 200대 1이고, 다른 한 곳 역시 대기자가 100여명에 이르고 있다. 이처럼 산업단지 내 보육시설에 대한 수요는 많으나 공급은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산업단지에 어린이집 시설의 확충이 시급함은 정부, 기업, 근로자가 모두 공감하는 사실이다. 정부에서는 최근 제도를 개선하여 산업단지 내 보육시설은 건물의 5층까지도 설치가 가능하도록 했고, 도시공원 내 보육시설 설치 역시 허용하는 등 산업단지 내 어린이집 확충을 위한 노력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적 보완에도 불구하고 재정지원과 관련하여 보건복지부의 국공립어린이집과 고용노동부의 직장어린이집으로 지원체계가 분리되어 있고, 부지매입비와 건물매입비가 지원항목에서 제외되어 있어 어린이집 설치공간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야간근무 근로자가 많아 일반 어린이집의 운영시간과 근무시간의 불일치로 인해 실제 이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산업단지의 특성상 부모들이 고민하는 안전문제와 위생 등을 보장하고 믿을 수 있는 운영주체의 부재 역시 문제점으로 남아 있다. 산업단지 내 보육과 여성일자리의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기존의 어린이집 운영방식에 24시간 보육 등 추가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는 '산업단지형 어린이집 프로토타입'의 마련이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믿을 수 있는 산업단지형 어린이집 운영주체 설립과 운영을 위한 재정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흩어진 어린이집 설치ㆍ운영 지원 체계를 통합하고, 지역경제에서 산업단지가 차지하는 비중과 여성근로자의 비율 등을 감안한 지원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등의 제도개선방안 마련 역시 선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 주체 간의 협의가 필요한 만큼 산업단지공단이 매개체 역할을 맡아 수행한다면 좀 더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김경수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