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 사외이사 꿰찬 고위 공직자들

대기업 사외이사는 고위 공직자들의 재취업 마당인가. 올해도 예년과 다름없이 대기업 정기주총에서 고위 공직자들이 사외이사 자리를 줄줄이 꿰찼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검찰 등 권력기관 출신의 진출이 두드러진 것도 똑같다. 그들이 공직에서 쌓아 올린 공력을 기업 내부 감시에 쏟게 될까. 당사자들은 그렇게 말하지만, 국민의 눈길은 따갑다.  이들이 기업에 들어가 전관예우를 받으며 방패막이나 로비스트로 전락한다는 정황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이사회에서 회사가 내놓은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는 사례가 거의 없다. 사전 협의를 거친다고 말하지만 내부 경영에 문외한인 데다 받아 준 기업의 입장을 떠올린다면 '거수기' 역할에 그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공직자 출신 사외이사의 면면을 보면 기업의 숨겨진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이 간다. 전직 공정거래위원장, 부위원장, 지방국세청장, 법무장관, 검찰총장 등이 최근 재벌기업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힘 있는 권력기관 출신들이다.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대기업을 압박했던 곳이 망라돼 있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강도가 높아진 공정위, 국세청, 검찰 등의 조사에 대응한 보험용 인선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전관예우 논란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국회 인사 청문회의 단골 메뉴다. 박근혜 내각의 총리와 장관 후보자 중의 상당수도 그렇다. 한 달에 몇 천만원의 보수를 받고도 '공직 경력에 비하면 많은 게 아니다'라고 강변하지만, 큰 돈을 줄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만 해도 그렇다. 그는 우리금융지주와 증권예탁결제원 사외이사를 지냈다. 2000년 세무대학장에서 물러났을 때 9억원에 불과했던 재산을 10여년 만에 40억원으로 불렸는데 사외이사 때 받은 보수와도 무관치 않으리라는 지적이 따른다.  현오석 내정자처럼 '공직-로펌 고문 또는 기업 사외이사-더 높은 공직으로 복귀'가 공직자의 성공 코스가 된 것이 현실이다. 유관한 분야에서 민관을 넘나드는 회전문 인사는 사외이사 제도의 도입 취지와도 어긋나며 공직자의 바람직한 행태도 아니다. 새로운 정경유착의 전형이라는 비판도 따른다. 금도를 지키는 공직자, 그같이 올곧은 공직자를 골라내는 인사권자를 보고 싶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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