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조세정책 골격을 수립하고 공약이행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조세개혁이 실무적으로 시작됐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1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조세개혁추진위원회 구성을 마쳤고, 그 뒤로 두 차례 회의도 가졌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하기 한 달여 전부터 조세개혁위가 이미 가동된 것이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과 연계되다 보니 그리된 것이겠다. 어찌 됐든 새 정부가 추진할 조세개혁의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은 빠를수록 좋다는 점에서 잘한 일이다. 조세개혁은 박근혜 정부의 성패를 가를 관건의 하나로 꼽힐 만큼 중요하다. 조세개혁을 통한 복지재원 확보에 차질이 빚어지면 박 대통령의 복지공약 실행이 어려워진다. 그러면 그가 말한 '국가에서 국민으로 국정운영 중심 전환'도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다. 인수위원회는 5년간 135조원에 달하는 복지공약 이행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채 활동을 종료했다. 조세개혁위는 무엇보다 먼저 그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박 대통령이 거듭 강조한 '증세 없는 복지재원 조달'에 대해 일반 국민은 물론이고 조세 전문가 중에도 '그게 가능하겠느냐'고 의문을 표시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조세개혁위는 이를 잠재울 만한 조세개혁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내놓아야 한다. 조세개혁의 원칙적 방향은 박 대통령의 선거 공약과 인수위의 활동을 통해 어느 정도 정해졌다. 지하경제 양성화, 비효율적인 비과세ㆍ감면 축소, 고소득층과 대기업의 세제혜택 축소 등을 통한 간접증세가 그것이다. 일리가 있는 방향이다. 다만 지하경제를 양성화한다고 취한 조치가 의도한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찬물이나 끼얹고 영세한 상인들만 괴롭히는 결과가 돼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교각살우의 어리석음이다.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과 같은 직접증세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도입되는 새로운 복지제도는 다음 정부 이후에도 계속해서 재원소요를 증대시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길게 내다보면 증세가 불가피하다. 사회간접자본 투자 축소 등의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증세 압력을 피해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 단기적 간접증세와 중장기적 직접증세를 아우르는 종합적 조세개혁 청사진을 이번에 마련해야 할 것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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