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를 보면 큰 재물이 들어올 길조로 생각했다. 그리스인과 로마인들에게 돼지는 신성한 동물이었고, 순진, 명랑, 다산을 의미했다. 자연의 비옥함과 풍요를 빌기 위해 제사 때 제물로 올리기도 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돼지의 의미는 다르지 않다. 꿈에 돼지가 나오면 인생역전이라도 될 것처럼 복권들을 산다. 설사 복권 당첨이 안될 지라도 조만간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며 좋아한다. 돼지고기는 식탁에서도 가장 친숙한 메뉴다. 가장 만만한 외식 메뉴로도 돼지고기가 꼽힌다. 지난해 우리 국민 한 명이 먹은 돼지고기는 20.3㎏이다. 쇠고기 9.8㎏와 닭고기 12㎏의 소비량을 합한 것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농업생산액 순으로는 쌀 다음으로 돼지가 두 번째를 차지하고 있다. 일부에선 돼지고기에 기름이 많다며 섭취를 피하기도 하지만 이는 오해다. 돼지고기에는 삼겹살처럼 기름이 많은 부위도 있지만 닭가슴살처럼 단백질 함량이 높은 부위도 있다. 바로 안심, 등심, 뒷다리살 같은 저지방 부위들은 지방 함량이 낮고 단백질 함량이 높다. 게다가 돼지고기에는 오메가3 지방산을 비롯해 비타민 B군과 C군 및 미네랄 등의 필수 영양소들이 골고루 들어 있다. 실제로 23~50세까지의 성인남자가 돼지고기 저지방부위로 만든 요리 약 85g 정도를 섭취할 경우, 성인 남자에게 하루 필요한 단백질 요구량의 44%, 철분 요구량의 30%, 비타민 요구량의 63%를 공급받을 수 있다. 이 음식의 열량은 성인남자 1일 권장 칼로리의 8%에 불과해 살찔 걱정도 없다. 더군다나 돼지고기에 포함된 단백질은 체조직을 유지시키고 재생하며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데 필요한 완전 단백질이다.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 식품으로 보충해야 한다고 알려진 아이소 루이신, 루이신, 리신, 시스틴 등의 필수 아미노산을 모두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에는 스테아린산도 풍부한데 이는 필요 이상의 체내 콜레스테롤 증가를 억제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고밀도 리포단백질(HDL)을 증가시키는 작용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돼지고기 지방에는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고 알려져 있는 불포화 지방산인 올레인산도 많이 들어 있다. 한국식품연구개발원에서는 돼지고기의 중금속 해독 효과를 실험으로 확인하기도 했다. 카드뮴에 중독된 흰 쥐에게 돼지고기를 7주간 급여하자 간과 신장의 카드뮴 함량이 줄어들고 손상세포가 현저히 감소한 것이다. 폐병이나 기관지 계통 질병이 있거나 대기오염이 심한 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돼지고기를 찾는 이유가 증명된 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병장수하기를 소원한다. 그래서 근거 없는 육식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 채식이 좋다고 고기 먹기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돼지고기의 섭취는 필요하다. 돼지고기는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체내 나트륨을 빠르게 배출시키는 역할도 맡는다. 짜게 먹는 식습관이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더 귀담아 들어야 할 얘기다. 비타민, 무기물 등 영양소들을 골고루 함유하고 있어 돼지고기는 성장기 청소년이나 어른들이 건강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 꼭 먹어야 하는 식품이다. 특히 최근에는 가격도 많이 떨어져 싼 가격에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우리 가족 건강을 위해 오늘 저녁식사로 돼지고기 요리를 하는 것은 어떨까.박범영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물이용과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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