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종훈식 '토론형 업무보고'가 신선한 이유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의 '토론형 업무보고'가 관가에서 화제다. 어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교육과학기술부, 방송통신위원회,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페이퍼(종이 문서)를 들고 오지 마라. 토론하자"고 했다고 한다. 관련 공무원들이 서열 순으로 앉아 수십~수백쪽 보고서를 윤독하는 대신 담당 실ㆍ국장과 면대면 토론을 통해 현실을 파악하고 정책 방향을 가다듬자는 의도로 보인다. 김종훈 내정자의 이중 국적, 미국 중앙정보국(CIA)과의 관계 등에 대한 논란을 떠나 신선하게 다가온다.  해당 부처 공무원들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정부수립 이래 이런 장관 내정자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작성해 온 두터운 보고서 대신 간단명료한 프레젠테이션이 등장했다고 한다. 프레젠테이션의 대가였던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를 떠올리게 한다. 직접 컴퓨터 작업을 하기는커녕 부하직원이 출력해 온 종이 보고서의 어휘나 토씨를 트집잡는 간부가 적지 않은 관료사회에 '김종훈식 업무보고'가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한다.  의례적이며 딱딱한 서면보고 형식을 벗어나 활발하게 토론하는 문화로 간다면 공직사회에 일대 변화가 될 것이다. 관료사회의 오랜 병폐로 지적돼 온 탁상행정과 밀실행정을 탈피해 현장행정과 공개행정의 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어떤 문제나 정책을 놓고 장관과 마주 보며 제대로 토론하려면 업무를 소상히 파악함은 물론 현장을 자주 찾아 의견을 들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보고 형식의 변화에 머물러선 곤란하다. 사고의 대전환과 함께 콘텐츠의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 정부정책의 착안점을 공급자인 관(官) 위주에서 수요자인 국민 중심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내부 토론에만 열을 올려서도 안 된다. 이해 관계자 등 외부 의견도 폭 넓게 들어 정책에 반영해야 국민과의 소통과 사회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 김종훈식 시도가 전시성ㆍ일과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참에 공직사회가 오랜 구태와 찌든 관행을 벗고 민간기업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길 기대한다. 활발한 의사소통과 빠른 의사결정, 도전정신과 책임의식, 업무성과에 따른 보상 등 공직사회가 민간기업에서 취할 점은 여러 가지다. 그것이 박근혜 정부가 내세우는 '창조경제' '선도경제'로 가는 길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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