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어제 발표한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는 경제성장 모델의 전환을 선언했다는 점에 가장 큰 의미가 있다. 인수위는 경제성장 모델을 '국가 전체의 총량적 성장에서 국민 중심의 성장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 선언이 내실 있게 실천된다면 박근혜 정부는 1960년대 경제개발 개시 이후 50여년간 유지돼 온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새로운 방향으로 돌려놓는 정부가 될 것이다. 박근혜 차기 대통령 본인으로서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시동을 건 대기업 중심 불균형 경제발전 전략의 성과를 살리면서도 그 부작용을 구조적으로 극복한다는 측면에서 개인적 보람도 얻게 될 것이다. 그런 패러다임 전환이 가능하려면 인수위가 밝힌 대로 수출ㆍ내수산업 간, 제조ㆍ서비스업 간, 대ㆍ중소기업 간 불균형성장을 균형성장으로 바꿔내야 한다. 또 '선 성장 후 복지'의 관점에서 벗어나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적 동시 실현'을 추구해야 한다. 인수위가 '원칙이 바로 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인수위는 '자본과 힘의 논리에 의한 불공정 행위를 방지해 개인의 이익과 사회의 공동선이 합치되는 균형 잡힌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민주화'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았지만 이 부분이 경제민주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게 웬만큼 강한 의지를 갖지 않고는 실현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 패러다임의 수혜자들이 반발하거나 저항하고 나설 수 있다. 관련 법제 개편을 위해 필요한 여야 정당의 정치적 협조와 정책 집행을 담당한 정부 관료들의 행정적 뒷받침이 저절로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대선 때의 공약에 비해 국정과제에서 복지확대 폭이 줄어든 것도 재원확보를 위한 재정개혁의 동력이 불충분한 탓일 수 있다. 인수위가 밝힌 박근혜 정부의 총괄 국정비전인 '국민행복, 희망의 새 시대'는 지난 50여년간 쌓이고 굳어진 기득권 구조를 깨뜨리지 않고는 실현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는 그 50여년간을 지배한 전통적 여당 세력의 맥을 잇는 정부다. 이 점에 기대어 구태의연하게 기득권 수호에 급급하며 패러다임 전환을 방해하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 이를 타파하는 일에 박근혜 차기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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