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광산구 운남동 ‘더불어락’ 어르신들 정월대보름 잔치 열어

[아시아경제 노해섭 기자 ]"삿된 것 다 가고 따순 마음만 냉겨주시쇼잉""대동회 조직하고 자치규약 선언 등 도시 마을 복원 나서"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소리꾼의 걸쭉한 가락에 “옳거니, 잘한다” 추임새가 절로 따른다. 모인 이들의 어깨춤이 소리를 타기 시작한다. 멍석을 사이에 두고 빙둘러 앉은 사람들은 윷가락을 던진다. “모 아니면 도여~.”광주시 광산구 운남복지관 ‘더불어락’에 마을어르신 300여 명이 모였다. 어르신들은 정월대보름을 맞아 도심 한복판에서 잔치를 열었다. 가족과 함께 지내던 설 명절과는 달리 온 동네가 함께 보내던 정월대보름을 운남동에서 재현하자는 의미였다.어르신들은 찰밥을 먹고, 윷놀이를 하며 조촐하게 보낼 예정이었던 정월대보름 행사의 판을 키웠다.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어르신들은 대동회를 만들었다. 자치규약도 세웠다. 대동회 회원들은 “마을의 어른으로서 모범을 보이고, 자산과 경륜 그리고 재능과 지혜를 두루 써 지역 사회에 화합과 연대의 기운이 넘쳐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옛 마을의 버팀목이었던 향약의 덕목들이 ‘더불어락’에서부터 다시 자라고 있었다.대동회는 대보름 행사를 준비할 위원을 선출했다. 공동 대표 오상채(69) 어르신과 신춘자(66) 어르신을 중심으로 회원들은 각각 용돈을 모아 행사비 300만 원을 마련했다.음식과 경품, 멍석에서부터 축기까지, 작은 소품 하나라도 어르신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었다. 붓글씨를 잘 쓰는 어르신은 축기의 문구를, 말씀을 재미나게 하는 어르신은 진행을 맡았다. 광산농악 설북 전수자 이영문(71) 씨와 설장구 전수생이현옥(59) 씨는 맛깔난 광산 소리를 선보였다.어르신들이 쇠를 치자, 여기저기서 그 장단을 받았다. 정육점에선 돼지 한 마리를 선뜻 내놓았다. 요술나라 어린이집 아이들은 풍물로 가락을, CMB 리포터 임성재 씨는 입심을 더해 광장이 들썩였다.“올해 재미지게 보내서, 내년에는 어르신들도 젊은이들도 아이들도 더불어 함께하는 온 동네 잔치를 더 크게 벌입시다잉~.” 강위원 관장이 선창하자, 참석자들은 함성으로 화답했다.민형배 광산구청장은 “운남권노인복지관의 5000여 명의 어르신들이 사회적 관계를 돈독히 함으로 거대한 운남 마을을 형성했다”며 “도심 속에 잊혀졌던 마을공동체의 참모습을 복원한 대동회 어르신들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노해섭 기자 noga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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