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인력 개편안 좋다고 티도 못내요'

내용 빠진 '개편방향'에 간호사-간무사 감정골 깊어져간호사 "승격제도는 어불성설", 간무사 "교육 받으면 가능"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1. 간호조무사 윤모(24)씨는 요즘 부쩍 생각이 많아졌다. 간호인력 제도가 확 바뀔 거라는 소식을 들어서다. 서울 마포구의 한 병원에서 일하는 윤씨는 "조무사들의 입지가 강화될 수도 있단 얘기에 내심 기대감이 들었다. 하지만 대놓고 좋아하는 티를 내기엔 주변 간호사들의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2. 전남 지역에서 30년째 간호사로 활동 중인 정모(58)씨는 "간호의 기초만 배운 사람들이 아무리 경력을 쌓은들 간호사가 될 순 없다"면서 "복지부가 말도 안되는 계획을 내놨다. 간호사가 의사 옆에서 수십년간 경력을 쌓았다고 해서 진료를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날을 세웠다.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가 최근 '간호인력 3단계 개편방향'을 내놓은 가운데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교육과정이나 시험체계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없는 상태에서 간호사-간호조무사(이하 간무사)간의 감정골만 깊어지고 있는 것. 복지부가 "방향일 뿐 아직 정해진 바는 없다"고 밝혔지만 양측은 서로를 견제하며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다.지방 중소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김모(56)씨는 "어렵게 간호교육 4년제가 정착되나 싶었는데 다 도루묵이 될판"이라며 "병원에서는 인건비 아끼려 무조건 하급인력을 쓸텐데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동료 간호사 이모(53)씨는 "간호사가 의료 실무자인데 실무간호인력이란 말은 또 웬말"이냐며 "제대로 훈련도 안된 사람들에게 국민들의 생명을 맡길 셈이냐"고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이씨는 또 "조무사가 간호사로 진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간호사가 되려면 4년제 대학을 가서 처음부터 제대로 공부를 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현재 병원 취업을 준비 중인 간호학과 졸업생 최모(23)씨 역시 격앙된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 최씨는 "힘들게 대학 다닌 우리는 뭐가 되냐"며 "(실무간호인력이 간호사로 되기 위한)추가교육과 시험을 조건으로 단다고 해도 쉽게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평소 병상 시트를 갈고 혈액 샘플을 날라주던 사람들이 갑자기 환자의 팔에 주사를 놓는 격"이라고 덧붙였다.간호사들의 집단반발을 의식해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협)는 현재까지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개편방향에 대한 '전면 재논의' 방침을 전달한 데 이어 지난 20일 열린 간협 총회에서도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간협의 백찬기 국장은 "중소병원의 간호사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무사를 없애는 것은 간호인력 상호간에 더 많은 반목과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며 "간호사와 실무간호라는 명칭 또한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자칫 의료인 면허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반면 대한간호조무사협회(이하 간무협)는 공식적인 발언에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간무협 관계자는 "정부가 추진하는 일인만큼 향후 논의되는 방향을 좀 더 지켜보겠다"면서도 "자칫 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까 우려된다"고 밝히며 말을 아꼈다.앞서 언급된 윤씨는 "병원내에서 간호사-간무사간의 서열과 텃새가 심한 탓에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라며 "마음으로는 우리도 똑같은 간호사로 인정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개편으로 간무사들의 급여나 처우가 나아지길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현재 국내 간무사수는 약 55만명, 간호사수는 약 31만명에 달한다. 복지부는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된 간호인력 수급문제와 의료범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4일 '간호사-1급 실무간호인력-2급 실무간호인력'을 골자로 한 개편방향을 제시했다. 이후 불거진 찬반 논쟁과 관련, 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관계자는 "없던 제도가 처음으로 구성되는 과정에서 실무자들의 우려가 폭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양측의 대립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구체적인 실행계획에 대해서는 "향후 연구용역을 통해 교육 및 평가과정, 역할범위, 자격전환 문제 등 세부적인 틀을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장인서 기자 en1302@<ⓒ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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