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서 '신(新)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할 위험에 처했다. 일본은 엔저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중국은 산업 고도화 전략을 기반으로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한ㆍ중ㆍ일 3국의 주력 수출품목이 상당 부분 겹치는 상황에서 한국은 가격으로 밀리고 기술로 추격당하는 진퇴양난이다. 한국의 주된 수출시장인 선진국들마저 일본 손을 들어줬다. 지난 주말 모스크바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ㆍ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아베 정권의 엔저 정책을 용인했다. 공격적인 엔저 정책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신흥국의 목소리는 묻히고 말았다. G20 서울회의 때만 해도 신흥국에 상당한 발언권이 주어지는 듯했으나 모스크바 회의에선 낄 데가 없었다. 이런 판에 중국이 맹추격해 온다. 한국과 중국의 10대 수출품목 중 반도체와 선박, 평판디스플레이 등 5개가 겹친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전자ㆍ자동차ㆍ조선 등 9개 산업을 '소수의 강한 기업'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선언했다.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을 도태시키고 소수의 초대형 기업을 육성한다는 것이다.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산업과 수출품목이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국 우선의 경제정책과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선진국들이 서로 '나부터 살고 보자'며 양적완화를 통한 통화가치 절하에 나선 지 오래다. 미국ㆍ유럽연합ㆍ일본에 이어 영국도 파운드화 절하에 나섰다. 선진국들은 이 같은 행위가 신흥국의 통화가치 절상으로 이어져 통화관리와 수출에 부담을 줌으로써 실업과 불황을 떠넘기는 '근린 궁핍화' 정책이란 점을 외면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나라가 한국인데도 속수무책이다. G20 모스크바 회의에 참석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엔저발 환율변동이 우려된다는 말만 하고 돌아왔다. 미국 오바마 2기 정부가 유럽연합과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포괄적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추진에 나섰는데 우리는 여태 통상교섭 기능을 옮기는 내용을 담은 새 정부 조직 개편안마저 확정짓지 못했다. G20 등 국제 협조를 얻기 어렵다면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 유럽에서 논의 중인 토빈세의 한국형 도입을 검토할 때다. 이래저래 박근혜 정부 경제팀의 어깨가 무겁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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