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양돈 농가들은 돼지 도매 값이 폭락해 아우성인데, 고깃집의 삼겹살 값은 요지부동이다. 왜곡된 유통구조가 거론되면서 비난의 화살은 삼겹살을 파는 음식점 주인에게로 향하고 있다. 고깃집이 폭리를 취하기 때문에 음식점의 삼겹살 값이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언론보도는 얼마나 진실을 반영하고 있을까?16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돼지고기 도매 가격은 1kg당 2860원으로, 지난해 1월 연중 최고가인 5880원에 비해 절반 넘게(51%) 떨어졌다. 돼지고기 생산비가 1kg당 3900원인 점을 감안하면, 현재 양돈 농가들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돼지고기를 출하하고 있는 셈이다.그런데 고깃집 메뉴판엔 이같은 현실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복잡한 유통구조, 특정 부위에 집중된 소비 형태 등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음식점의 고깃값 가격 구성 요소 중 원재료인 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작기 때문이다.'음식점 내 삼겹살 매출액 구성비'를 보면, 식당에서 삼겹살 1인분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 중 원재료(돼지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65%는 임대료, 인건비 등 부대비용이다. 이 부대비용(65%)엔 인건비(22.5%), 부재료(15.5%), 식당이윤(15%), 임대료(5%) 등이 포함돼 있다.냉동이 아닌 냉장 삼겹살을 파는 음식점에선 대부분 국산 돼지고기를 주재료로 사용한다. 위에서 언급했듯 돼지고기 도매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50% 정도 떨어졌다. 돼지고기 산지 가격이 50% 내렸더라도, 음식점에 표기된 삼겹살 1인분 가격에선 17.5%(35%*50) 정도만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삼겹살 가격이 1인분에 1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음식점 입장에선 삼겹살 값의 17.5%, 1750원 정도 내릴 여지가 있는 셈이다.그러나 음식점 주인들은 부대비용을 포함한 물가 상승의 이유를 들어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소재 한 고깃집 주인은 "이 지역 식당에서 삼겹살 1인분 가격이 보통 1만원 정도인데, 이 중 돼지고기 원가 비중은 30%안팎에 불과하다"며 "산비 돼지 가격이 50% 떨어져도 음식점의 삼겹살 값은 10~20% 밖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임대료, 인건비 등 부대비용은 물가 상승으로 10% 넘게 올랐다. 돼지고기 값이 조금 내렸다고 삼겹살 값을 바로바로 내릴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산지 돼지고기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는 뉴스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식당 삼겹살 값이 내린 것을 체감하기 힘든 이유다.고형광 기자 kohk0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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