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1. 경기도에 거주하는 이동호(가명)씨는 출·퇴근 시간대면 전쟁을 치른다. 외곽으로 나가는 길이 많지 않아 차량이 집중된 탓이다. 시는 우회도로 건설을 수년 전부터 계획 중이지만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사업은 지연되고 시민들의 불편만 가중되고 있다.#2. 지방자치단체에서 발주하는 소규모 공공공사 수주로 사업을 이어오던 건설업체 사장 김민철(가명)씨는 요즘 직원들 월급날이 다가오는 게 무섭다. 지난 2009년부터 정부의 SOC사업 예산이 줄면서 공사수주가 더욱 어려워져서다 작은 공사는 거들떠보지 않던 건설사들까지 입찰에 뛰어들면서 앞으로가 더욱 걱정이라고 김 사장은 하소연한다. 국토해양부는 향후 5년 동안 건설산업의 새 먹거리로 '생활형 SOC' 확충을 빼들었다. 4대강 사업, 보금자리 주택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집중 투입됐던 SOC 예산을 국민이 생활 속에서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사업에 할애하겠다는 복안이다.예컨대 혼잡도가 높은 도심 교통 인프라를 확충하고 낙후지역 지방도로 포장, 노후 임대주택 시설 개선 등에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고사 상태에 직면한 중소 건설업계 지원, 지체되고 있는 민생 인프라시설 구축이라는 '두 토끼 잡기'에 나서는 것이다.14일 국토해양부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제4차 건설산업진흥기본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책정된 SOC예산 일부를 생활밀착형 인프라 구축사업에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대규모 개발사업에 치중하면서 곳곳에 필요로 하는 SOC사업은 상대적으로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아왔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SOC 예산은 2009년 25조5000억원, 2010년 25조1000억원, 2011년 24조4000억원, 2012년 23조1000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해 왔다. 이 때문에 주거, 이동, 안전 등 국민생활에 필수적인 SOC 마저도 건설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SOC예산은 전년보다 소폭 늘어난 23조9000억원이 책정됐다"며 "공사시간 지체 등로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사업에 투자하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조치는 부동산시장 침체와 건설사 재무구조 악화 등으로 인해 건설산업 전반이 위축된 상황에서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소외됐던 중소 건설사의 자금난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국토부 관계자는 "1970년대 중반에 SOC 건설이 집중됐기 때문에 안전·유지관리 대상인 시설물들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경기 침체로 개발사업이 멈춘 상태에서 국내 중소 건설사들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와 함께 개발사업의 활성화를 위해 단기적으로 대한주택보증 등 공공기관의 보증을 통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금융기관 지분투자 유도, 개발사업 참여를 전문으로 하는 투자기관 양성 등을 통해 민간 건설투자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전문가들은 생활형 SOC예산 배정을 놓고 잡음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수 년 째 지속된 부동산경기 침체로 덜컹거리고 있는 민생 인프라 구축사업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이복남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 동안 챙기지 못했던 SOC를 국가가 챙김으로 해서 주민들의 생활 편의성은 높아질 것"이라며 "하지만 국가가 챙겨야할 부분과 지자체가 챙겨야 할 부분에 대한 명확한 구분을 통해 지역간 형평성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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