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고사리 따러 간다/고무장화, 목장갑, 모자까지 눌러 쓰고/복장 꼼꼼히 챙긴다/어유포리 봄 산에 무수히 돋아난 ?들/풀꽃과 나무들 한쪽으로 기울어/기우뚱, 생각이 골똘하다/? 만나려면 내 몸 한껏 굽어져/? 모양이 되어야 한다/정중하게 허리 구부리자/발치 아래 잡풀 속 푸른 ? 보인다/그래, 어차피 인생은 물음투성이다/햇살 퍼질수록 바구니에 수북이/쌓이는 서늘한 의문들/유난히 크고 작은 ?들 무덤가에 흩어져있다/(......)김화순의 '물음표를 줍다' 중에서■ 햇고사리의 조막손이 '물음표(?)'가 되면서, 고사리를 따는 일이 의미심장해졌다. 봄날 산은 무엇이 궁금하여 저리도 많은 물음표를 내놓았을까. 생명이 태어나는 일은 의문투성이가 아닌가. 기우뚱한 풀꽃과 나무들은 갸우뚱한 고갯짓처럼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한다. 물음표는 물음표의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 그것이 굽어져있듯 생각의 허리를 굽히고 조심스럽게 따 올려야 한다. 무덤가에 흩어진 저 물음표들은 어떤가. 죽는 일에 관해서도 우리가 아는 건 그리 많지 않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의 향교에서 어린 시골 아이들을 모아놓고 강의를 했다.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는 아이들을 위해 현판을 썼다. '의심나는 게 있으면 물어보는 집(疑問堂)'이라고.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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