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실적 흑자전환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의 양적완화 드라이브로 엔화가치가 급격히 하락하자 몇 년째 눈덩이 적자에 시달리던 일본 주요 전자업계의 실적도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 일단은 엔저(低)에 따른 반짝효과지만 이들 일본 업체들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샤프·파나소닉 등의 지난 분기실적이 연이은 적자행진에서 벗어났다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BOJ)이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서면서 엔화는 연일 약세를 거듭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 1일 외환시장에서 장중 달러당 92.29엔을 기록해 2010년 6월 이후 2년7개월만에 92엔선을 넘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집권 이후로는 약 18% 절하된 것이다.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일본 최대 TV·디스플레이 제조사 샤프는 5개 분기만에 흑자전환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알렸다. 샤프는 1일 실적발표에서 2012회계연도 3·4분기(10~12월) 영업이익이 26억엔으로 전년동기 244억엔 손실 대비 흑자전환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292억엔 손실로 적자폭이 더 커질 것을 점친 시장 전망을 크게 웃돈 결과다. 당기순손실도 367억엔으로 전년동기 1736억 손실에서 대폭 개선됐다. 일본 최대 전자업체 파나소닉은 같은 날 3·4분기 영업이익이 346억엔으로 전년동기 81억엔 손실 대비 흑자전환, 순익은 614억엔으로 전년동기 1976억엔 손실에서 역시 흑자로 돌아섰다. 31일 실적을 발표한 도시바 역시 순익 292억엔으로 전년동기대비 흑자전환했고, 영업익은 293억엔으로 전년동기 87억엔에서 세 배로 늘었다. NEC도 순익 35억엔으로 전년동기 865억엔 적자 대비 흑자를 냈다. 일본 전자업체들의 이같은 선전은 엔화 약세로 LCD와 TV 등의 가격경쟁력이 크게 회복된 데에서 기인했지만, 수익성 회복을 위해 전례없는 규모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도 무시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샤프의 경우 본사 건물까지 총 108억엔 규모의 자산을 매각하고 전체 인력의 10%를 감축했다. 그러나 일본 전자업계는 여전히 보수적인 연간 실적전망을 유지하는 등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 오쿠다 다카시 샤프 사장은 컨퍼런스콜에서 “아직 샤프는 바닥조차 이르지 못했고 앞으로도 구조조정 노력에 절대 느슨해지지 않겠다”면서 ‘반짝’ 실적에 경계심을 표했다. 일본 국내 인력 1만명을 포함 4만명을 감원한 파나소닉 역시 오는 3월에 발표하는 향후 3년간 사업계획에서 더욱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파나소닉의 가와이 히데아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수익성을 간신히 회복했지만 여전히 충분한 수준이 아니며, 파나소닉의 기업운영 전략 전반을 재검토해 체질을 근본부터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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