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CEO형' 리더십과 '박근혜 스타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여러가지 이미지와 스타일이 대선 이후 취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깨지는가 하면 부작용과 반발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박 당선인은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할 것인가, 아니면 변화할 것인가의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다. 박 당선인은 15년의 정치인 생활 동안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 '원칙과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얻어내 마침내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됐다. 박 당선인은 한동안 몸 담고 있던 정당에서 마이너 정치인으로 설움을 겪었고,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편하게 정치를 한다', '정책적 비전이나 내공이 부족하다', '수첩 공주' 등의 비아냥섞인 평가를 받았지만 이를 극복했다. 그는 2003년 불거진 '차떼기' 와중에서 한나라당의 천막 당사 설치를 주도하는 등 위기 때마다 해결사로 나서 주요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는 등 자력으로 지도자급 정치인으로 성장했다. 특히 2009년 세종시법 개정을 둘러 싼 국회의 혼란 속에서 "국민과의 약속이니 지켜야 한다"는 소신을 지켜 정치인 하면 불신의 대명사로 꼽는 우리나라에서 보기드물게 국민들로부터 '신뢰의 정치인'이라는 영광스러운 호칭을 듣게 됐다. 이는 지난해 대선에서 충청ㆍ강원ㆍ수도권 등 중립성향 지역의 표를 대거 획득해 결국 박 당선인이 승리를 거두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불도저식 추진력으로 청계천 복원ㆍ버스전용차로 설치 등을 밀어붙인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에 당선이 됐다면, 박 당선인은 '세종시법' 덕에 얻은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 덕에 대통령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당선인의 성공 비결엔 또 하나가 더 있다. 그가 '선거의 여왕'으로 등극한 배경에는 아버지를 꼭 빼닮은 카리스마, 즉 과정의 번잡함을 싫어하고 강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효율성을 선호하는 리더십이 있었다. 지난 대선에서 민주당의 경우 주류-비주류의 충돌 등 이런 저런 불협화음이 많아 선거 운동 자체가 지지부진했던 반면, 박 당선인의 새누리당 쪽은 전국 선거 조직이 일사 분란하고 효율적인 선거 운동을 통해 밑바닥을 훑어나갔던 것은 박 당선인의 강력한 카리스마ㆍ추진력 덕분이었다.박 당선인의 이같은 리더십은 당선 후 한달 여간 지속됐다. 한달 넘는 동안 박 당선인은 "취임 전까지는 대통령은 한 명"이라며 조용한 행보를 지속했다. 대통령 인수위원회도 최소한도로 꾸려 새로운 정책을 만들지 않고 공약 이행 방안만 점검하겠다고 했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삼성동 자택에 주로 머물렀다. 그러면서 인수위ㆍ국무총리 후보자ㆍ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등 인사와 정부조직개편안 마련 등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대통령'의 리더십으로는 적합하지 않는 박 당선인의 스타일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한 정당의 지도자ㆍ유력 정치인으로서는 적합할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이해 관계가 충돌하는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맞지 않는 행보가 나타나고 있다. 검증보다는 보안을 중시하는 밀실ㆍ밀봉 인사로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 이동흡 헌재소장 후보자 국회 인준 무산 등의 참사가 벌어졌다. 새 정부가 출범 전에 한 인사가 이렇게 참극을 빚은 것은 전례가 없었다. 정부조직개편안도 밀실에서 진행돼 졸속ㆍ시대착오적이란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국민들도 박 당선인에게 냉랭한 눈길을 보내고 있다. 박 당선인의 국정운영에 대한 기대치는 역대 대통령 당선인 중 가장 낮은 50~60%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객관적 인사 검증 시스템 마련 등 박 당선인의 스타일과 리더십이 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조차 김용준 총리후보의 자진사퇴 등을 계기로 박 당선인이 더 이상 혼자서 결단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의식한 듯 박 당선인도 다소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용준 총리 후보 자진 사퇴후 박 당선인의 대외 행보가 대폭 늘어났다. 시도 지사들과 만났고, 당내 인사들과 수시로 접촉하고 있다. 인수위 분과별 국정과제토론회에도 직접 참석하고 있으며, 내용도 공개하고 있다. 초기 인수위 워크숍이 영양가가 없다며 공개하지 않았던 것과는 많이 달라진 태도다. 그렇다면 박 당선인은 여태까지 고수해온 스타일을 버리고 공개와 소통, 협치 등 민주주의 사회에 걸맞는 대통령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여러가지 의견이 많지만, 우리 말에는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사람이 자신의 품성, 성격 등 요즘 유행하는 말로 '스타일'을 바꾸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뜻이다. 최근 그렇게 욕을 먹으면서도 특사를 단행한 이명박 대통령이 대표적 사례다. 이 대통령은 좋게 말하면 'CEO', 나쁘게 말하면 '장사치' 스타일의 리더다. 이익이 된다면 물불 안 가린다는 뜻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5년 내내 국정을 운영했으면서도 공적 이익보다는 사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스타일을 결국 버리지 못했다. 일각에서 박 당선인의 밀봉ㆍ불통ㆍ깜깜이ㆍ밀실 리더십이 5년 내내 계속될 것으로 우려하는 이유다. 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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