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개혁했던 정몽규, 한국 축구도 '환골탈태'?

[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정몽규 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가 제52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에 당선됐다. 정 회장은 28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회장 대의원 선거에서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네 명의 후보가 나선 1차 투표에선 7표를 얻어 허승표 피플웍스 회장(8표)에 뒤졌다. 하지만 둘이 맞대결을 펼친 2차 투표에서 낙선표를 대거 흡수, 뒤집기(15-9)에 성공했다. 정 회장은 이날부터 임기 4년의 회장직을 수행한다. 세간에는 현대산업개발 회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사실 그는 유명한 축구광이다. 옥스포드 대학원 유학 시절 '공부 반, 축구 반'의 삶을 살았을 정도다. 32세란 젊은 나이에 울산 현대 구단주를 맡았던 것도 우연이 아니다. 이후 전북 현대 구단주가 된 정 회장은 2001년 '명문' 대우 로얄즈를 인수, 지금까지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를 역임하고 있다. 현역 최장수 프로축구단 구단주다.2011년 1월 정 회장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로 추대됐다. 변화와 개혁을 원하던 목소리가 컸던 시절이다. 사업가로서 정 회장의 역량은 이미 검증돼 있었다. 모두가 비관했던 서울 삼성동 아이파크, 부산 해운대 아이파크 건설에 앞장서 성공을 이뤄냈다. 건설업계 불황 속에도 지난해 영업이익을 55.9%나 늘렸다. 그에게서 화려한 언변이나 거친 카리스마는 발견하기 어렵다. 대신 문제 해결을 위해 남의 말에 귀 기울일 줄 알고, 신중하면서도 뒤돌아보지 않는 결단력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지키지 못할 약속이 싫어 말도 함부로 내뱉지 않는 편이다. 사업과 축구 행정은 엄연히 다른 세계. 축구계에서 그의 능력이 얼마나 발휘될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결과적으로는 합격점 그 이상이었다. 최대 과제로 꼽히던 폐쇄적 이사회 개편과 '30년 염원' 승강제 도입을 일궈냈다. 사외 이사 제도를 신설했고, 강력한 추진력으로 한국 프로스포츠 최초로 2부 리그를 출범시켰다. 실 관중 집계로 오랜 폐단을 없애기도 했다. 암초를 넘는데도 능했다. 취임 3개월 만에 터진 초유의 승부조작 사태를 명민하게 해결했다. 아울러 선수 연금제도를 신설해 사건 예방과 복지를 단번에 잡는 재기도 발휘했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그리고 이제 그는 대한민국 축구 대통령이 됐다. 상황은 2년 전과 흡사하다. 축구협회는 연간 1000억 원의 예산을 다루는 국내 최대 스포츠 단체다. 그럼에도 밀실 행정과 각종 비리 사건으로 얼룩져왔다. 이로 인해 깊어가던 축구계 여-야 분열은 선거를 거치며 극명히 드러났다. 정몽준 협회 명예회장의 그늘 탓에 현대가(家) 세습 논란도 없지 않다. 단 한 명의 국제축구연맹(FIFA) 혹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집행위원도 없는 빈약한 축구 외교력도 문제다. 넘어야 할 산이 이밖에도 여러 가지. K리그 개혁가의 면모가 한국 축구 전반에도 영향을 발휘할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정 회장 본인은 일단 핵심을 짚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 "소통과 화합을 통한 축구계 대통합을 이루고, 온 국민이 보고 즐기는 생활 속 문화가 되도록 대한민국 축구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아울러 "난 과거에 진 빚도, 약속한 것도 없다"라며 "여·야 구분 없이 축구를 위한 좋은 아이디어는 기꺼이 채택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표팀은 물론 프로축구와 유소년축구 발전에 힘쓰겠단 뜻을 전하기도 했다. 더불어 정 회장은 폐쇄적 구조의 대의원 회장 선거 개혁을 비롯해 축구 외교력 강화, 축구인 일자리 창출, 의견 수렴 기구 설치 등도 약속했다. 그동안의 행보를 비추어 본다면 쉽게 나온 허언은 아니다. 정 회장이 주도할 앞으로의 4년이 한국 축구를 어떻게 환골탈태시킬지, 기대감과 궁금증이 교차하고 있다. 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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