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자부심 만큼이나 커다란 고충, 아는 만큼 무거워져야하는 입.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소속 인수위원 24명이 무거운 짐을 지고 침묵 속에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 사석에서 기자와 만난 A인수위원은 "국정을 인수해 새 정부의 기초를 닦는다는 자부심으로 인수위원 요청을 수락했다"면서 인수위원으로서 받는 부담과 압박을 전해줬다. 인수위원들은 '신경증에 걸리겠다' 싶을 정도로 정보보안을 지킬 것을 강하게 요구받는다. A위원은 지난 11~17일 정부 업무보고 때 이런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부처의 업무보고서는 원칙적으로 해당 부처의 보고 당일 보고 현장에서 배포가 된다"며 "보안 때문에 이뤄진 조치"라고 설명했다. 방대한 분량의 정부 보고서를 미리 검토할 수 없으니 보고 현장에서 빠르게 읽어보고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A위원은 "대부분의 인수위원들에게는 임기응변이 요구된다"며 "그 자리에서 자료를 읽으면서 의견을 제시하고 답변을 듣고, 나아가 보완할 사항까지 지시해야 한다"고 진땀나는 현장 분위기를 들려줬다. 더 무서운 건 자료에 적힌 숫자, 다름아닌 자료별 일련번호다. '철통보안'이라는 박근혜 당선인의 메시지가 이 숫자에 함축적으로 담겨있다. 인수위원회는 실무자들이 자료에 하나씩 일련번호를 매겨서 위원들에게 배포를 하고 보고가 끝나면 모두 수거해갈 정도로 보안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인수위원들은 인수위법 14조와 15조를 외울 정도가 됐다고 한다. 14조는 '직무와 관련하여 알게 된 비밀을 다른 사람에게 누설하거나 대통령직 인수업무 외의 다른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15조는 인수위법을 어긴 사람은 공무원으로 간주해 가중처벌한다고 규정했다. 더욱 초조한 시간은 업무보고가 끝난 지금부터다. 보고를 마친 정부 부처들은 인수위원들이 지적한 사항을 보완하거나 일부 내용을 수정하며 최종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 당선인에게 어느정도의 무게로 어떻게 전달이 되고 당선인이 어떤 판단을 내리느냐에 따라 보고서를 올린 조직의 명암이 엇갈리게 된다. 인수위원이 판단을 내리기까지 어깨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인수위는 이 보고서를 분과별로 이르면 금주중, 늦어도 내주중에는 전달받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원들이 다시 한 번 검토를 하면 이 보고서는 박 당선인에게 전달되는, 진정한 의미의 최종 보고서가 된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업무보고 초반에 밝힌 ▲업무보고 ▲분과위별 검토 ▲분과위별 국정기획조정분과위 제출 ▲국정기획조정분과위 총괄종합 ▲당선인 보고 등 5단계 자체 프로세스의 중반을 넘어 후반부로 접어드는 것이다. 지난 14일 업무보고를 한 어느 정부부처의 관계자는 보고 당일 기자가 전화를 걸어 쟁점이 되고 있는 보고 사안에 관해 질문하자 "죄송하다"며 "잘 아시겠지만 인수위로부터 보안 지시가 워낙 강하게 내려와서 어떤 말씀도 드릴 수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업무보고 마지막 날인 지난 17일 통화에서도 "최종 보고서를 작성중이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인수위원들에게는 '일정 외 보고'를 하겠다며 한 번 만나달라는 정부와 공공기관 측의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이를 적절하게 가려내는 일도 인수위원들에게는 부담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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