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박경훈 '제주도는 늘 꼴지였잖아요'

[서귀포=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이 지역에 축구의 새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올해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어요."박경훈 감독은 2010년 처음 제주 유나이티드의 지휘봉을 잡았다. 부임 첫 해 그는 하위권을 전전하던 팀을 환골탈태시켰다. 선수단은 시즌 내내 정규리그 선두권을 유지했고, 결국 10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그 덕에 준우승팀으로는 이례적으로 최우수선수(김은중)와 감독상을 독식했다.승승장구에도 서귀포월드컵경기장은 늘 썰렁했다. 1만8천여 관중이 들어찼던 결승전을 제외하면 평균 관중은 4천명 대에 머물렀다. 빈약한 관중세는 2011년까지 이어졌다. 박 감독은 그 때를 회상하며 한숨을 쉬었다."제주 분들이 스포츠에 다소 폐쇄적이고, 뭔가 움츠러든단 느낌이 들었어요. '저 사람이 감독인 건 알겠는데, 딱히 아는 척 할 필요는 못 느낀다'란 반응이었죠. 얘기를 들어보니, '매번 우린 꼴등이다'란 생각이 이유더라고요. 전국체전, 소년체전에 나가도 제주는 늘 최하위였으니까요." 그러던 지난해, 변화의 기운이 감돌았다. 제주는 시즌 뒤 '플러스 스타디움 상'을 받았다. 전년도 대비 가장 높은 관중 증가율의 팀에게 수여되는 상. 지난해 처음 실시된 실관중 집계에서 대다수 구단들의 관중이 감소한 반면, 제주는 50.89%의 관중 증가율을 보였다. '불모지'나 다름없던 제주였기에 더욱 값진 성과. 박 감독은 결코 우연이 아님을 강조한다. "가장 중요한 건 승리죠. 만날 지면 팬들이 경기장에 오겠어요? 거기에 더해 재밌고 박진감 넘치는 축구를 한 덕분에 관중이 하나둘씩 늘었죠."실제로 제주는 지난 시즌 안방에서 유독 강했다. 홈에서 얻은 승점은 42점(13승3무6패). 서울(55점), 수원(49점)에 이어 전체 3위였다. 특히 홈에서만 47골로 넣어 이 부문 K리그 1위에 올랐다. 경기장을 찾은 많은 홈팬들에게 골과 승리로 제대로 보답한 셈이다."요즘엔 아주머니나 할머니까지 먼저 다가오셔서 '박 감독 덕분에 제주도에 축구보는 재미가 생겼다'라고 말씀해 주세요. 정말 기분 좋죠. 사실 2010년엔 '야, 쟤네 이상하다, 뭔가 하나보다'하다 어영부영 지나갔고, 2011년엔 성적이 다소 부진했어요. 하지만 지난해는 적어도 홈에서만큼은 재밌고 이기는 경기를 했죠. 다이나믹한 경기에 극적인 골이 많이 나오면서 팬들은 환호했어요. 또 구단 사장님부터 말단 직원까지 새벽에 도심지로 나가 경기를 홍보하고, 선수들도 학교 방문, 사인회 등 지역 밀착 마케팅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섰죠.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낳은 결과입니다."그는 제주 팬들에게 아름답고 좋은 경기를 선물하길 원한다. 현대 축구에 발맞춘 빠른 템포의 패스 플레이에 대한 고집도 같은 맥락이다."획기적이고 재미있는 축구로 60만 제주도민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심어주고 싶어요. 지금까진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얼마 전 우리 팀 유소년 코치가 A급 라이선스 지도자 교육을 받았는데, 그곳에 모인 대다수가 K리그에서 가장 좋은 축구를 펼치는 팀으로 제주를 꼽았다고 하더군요. 감독으로서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론 더 노력하고 좋은 팀으로 성장시켜야겠다는 책임감이 듭니다."
박 감독은 올 시즌 우승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그 궁극적 지향점은 명문구단으로의 발돋움이다. "우리 팀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팀인데도, 정작 명문구단이란 소리는 못 듣고 있어요. 우승은 달랑 한 번뿐이죠. 솔직히 자존심 상합니다. 냉정히 말해 현재 우리 전력이 우승권도 아니죠. 그래도 주어진 여건에서 최상의 전력을 만드는 게 제 몫입니다. 적어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 같은 성과를 올린다면, 모기업에서도 축구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지 않겠어요? 또 포항이나 성남도 최상급 전력으로 ACL 우승한 게 아니잖아요. 조금 부족한 팀을 잘 다듬어 우승한다면 그 의미는 훨씬 클 겁니다."'ACL에서 우승한다면?'이란 질문에 박 감독은 상상만으로도 흐뭇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늘 스포츠는 꼴찌였던 제주도가 아시아의 정상에 오른다면, 제주도민 분들에게도 엄청난 자부심이 되지 않겠어요? 아, 생각만으로도 정말 행복하네요(웃음)."전성호 기자 spree8@<ⓒ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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