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매출 200조원 시대를 열었다. 영업이익은 29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다. 2008년 금융위기를 뚫고 매출 100조원을 달성한 뒤 4년 만에 두 배로 신장시켰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특허분쟁의 와중에서 거둔 성과라 더욱 값져 보인다. 삼성전자의 선전은 크게 축하할 일이다. 걱정거리는 삼성전자라는 큰 나무의 그늘이 너무 넓고 짙다는 점이다. 삼성 내부적으로도, 국가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먼저 삼성전자 내 갤럭시 스마트폰 등 모바일사업부의 비중이 너무 크다. 매출의 57%, 영업이익의 69%를 차지한다. 삼성전자의 저력이자 아킬레스건이다. 이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그룹 전체의 80%에 이르는데도 아직 뚜렷한 신사업을 찾지 못했다. 2010년부터 바이오ㆍ의료기기ㆍ2차전지ㆍ태양광ㆍ발광다이오드(LED) 등 5대 신성장사업을 선정해 투자하는 등 공을 들였지만 의료기기 외에 뚜렷한 성과가 없다. 이건희 회장이 신년사에서 과거의 성공을 잊고 도전하라고 주문한 이유다. 국가경제적으로 볼 때 삼성의 독주는 착시(錯視)현상과 산업의 불균형을 초래한다. 지난해 삼성만 잘 나갔지 10대 그룹마저 영업이익이 줄었다. 삼성전자의 주식 시가총액은 전체의 20%에 이른다. 그러니 삼성전자를 뺀 체감 성장률과 주가지수는 뚝 떨어진다. 삼성전자의 100조원 수출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의 17%에 육박한다. 삼성이 기침하면 한국경제가 감기에 걸릴 수 있는 구조다. 스마트폰 등 주력제품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되면서 2011년 삼성전자의 해외 인력 비중이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해마다 국내에서 많은 인력을 뽑지만 이보다 더 많은 인력을 해외에서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을 고려할 때 삼성의 선택은 분명해진다. 10년 뒤, 20년 뒤 삼성을 지속 가능하게 할 신수종사업을 서둘러 찾아야 한다. 나 홀로 성장이 아닌 납품ㆍ협력회사와 동반 성장하는 건강한 기업생태계 조성에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국내 유망 중소ㆍ중견기업을 파트너로 키워야 삼성 제품의 품질이 높아지고 보호무역주의 장벽도 넘을 수 있다. 적어도 부품공장만큼은 국내에 짓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삼성이 돈을 잘 버는 기업을 넘어 국민의 사랑을 받는 자랑스러운 기업으로 인식될 것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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