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고령자 기준' 높이기 전에 할 일

정부가 법률상 고령자 기준 연령을 현재의 65세에서 70~75세로 높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획재정부가 어제 '민관합동 중장기전략위원회'에서 8개월간 논의한 결과라면서 발표한 '대한민국 중장기 정책과제'를 통해서다. 임기가 거의 다 된 정부가 구체적 추진 일정도 설정하지 않고 내놓은 것이니 아직은 막연한 정책구상에 불과하다. 그러나 정부가 정식으로 고령자 기준 상향조정을 공론에 붙인 셈이어서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정부는 고령자 기준을 높여야 하는 가장 포괄적인 이유로 '저출산ㆍ고령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적응해야 할 필요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국민의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이 많이 늘어나 이제는 일반 국민 10명 중 7명가량이 '70세는 넘어야 노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보였다. 그 기대효과도 덧붙였다. '30~40대 인력의 활용을 중심으로 한 사회에서 100세 시대로의 패러다임 변화에 맞는 사회체계가 구축'된다는 것과 '고령자에 대한 인식 변화로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고령자들이 더 오래 일할 수 있게 돼 노인빈곤 문제가 해소'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유가 그것만이 아닐 뿐더러 그런 기대효과가 실현되기가 쉽지 않음을 생각할 줄 아는 국민은 누구나 다 안다. 아마도 국민연금이 고갈되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노령연금 지급대상 인구 증가를 가급적 억제해 보려는 의도가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정부가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또한 고령자 기준을 상향 조정한다고 해서 고령자의 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보장도 없다. 언제쯤 청년실업 문제가 해소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고령자에 대한 인식 변화'가 고령자 취업을 촉진해 '노인빈곤 문제가 해소'된다는 이야기는 그야말로 믿거나 말거나다. 장기적으로 고령자 기준을 높여야 할 필요성 자체는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57세에 불과한 평균 정년연령을 최소한 60대 중반까지 끌어올리기 전에 그렇게 하면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클 것이 분명하다. 특히 고령자에 대한 각종 법률상 혜택에서 배제되는 노인들을 중심으로 노인빈곤이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고령자 기준 상향조정은 정년연장을 전제로 사회적 합의 과정을 충실히 밟아서 장기에 걸쳐 신중하고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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