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KB금융지주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불발되면서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겠다는 어윤대 회장의 꿈은 숙제로 남았다. 어 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비은행 부문 강화'를 강조해왔다. 2011년 3월에는 KB국민카드를 분사시켰고, KB투자증권과 KB선물을 통합해 비은행 부문을 강화했다. 그러나 보험사 인수와는 인연이 없었다. 2011년 7월 ING그룹 회장으로부터 은행과 보험사업 분리를 전해들은 어 회장이 먼저 사겠다고 제안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어 회장은 "공개 구혼을 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올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ING생명 아시아·태평양법인이 분리돼 팔린다는 소식이 나오자, 어 회장은 언론을 통해 "한국법인은 KB금융이, 나머지는 삼성생명이 인수하는 방식이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우여곡절 끝에 KB금융은 ING생명 한국법인 매각작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이번에는 사외이사들이 어 회장의 발목을 잡았다. 전통적으로 영향력이 강한 KB금융 사외이사들이 정권 말이 되자 더욱 힘을 키웠다는 얘기다.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는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이경재 전 IBK기업은행장을 비롯해 함상문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장, 김영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이영남 이지디지털 사장,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 이종천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고승의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 배재욱 배재욱법률사무소 변호사, 조재목 에이스리서치센터 대표 등이다.이들 중 일부는 ING생명 인수가격이 너무 높다며 크게 반대했다. 보험업권이 좋지만은 않은 만큼, 무리해서 살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결국 어 회장 취임 후 KB금융은 옛 제일저축은행을 인수한 것 외에는 별다른 M&A(인수합병) 딜을 성사시키지 못한 셈이 된다. '비은행 강화'라는 숙제가 남은 것은 KB금융 뿐만이 아니다. 올해 모든 금융지주사들의 목표에는 '비은행 부문 강화'가 자리잡았지만, 현재까지도 비은행부문 비중은 현저하게 낮은 상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우리·신한·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수익 중 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90%에 육박하고 있다.올 1분기 6032억원의 순이익을 낸 KB금융지주는 전체 순이익의 87%인 5247억원이 국민은행에서 나왔다.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1분기 6684억원의 순이익 가운데 우리은행이 5923억원으로 88.6%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포트폴리오가 다변화된 신한금융지주의 경우도 1분기 순이익 8263억원 중 6587억원이 은행에서 나왔다. 각 금융업권이 시너지를 낸다는 야심찬 꿈을 갖고 탄생한 금융지주지만, 결국 은행이 증권, 보험, 카드 등 다른 금융계열사를 먹여 살리는 구조인 것. 은행 영업이 부진하다면 전체 금융지주가 휘청할 수 있는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금융지주 CEO들이 비은행 부문 수익성 강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면서도 "이번에 KB금융의 ING생명 인수가 불발하는 등 인수합병은 쉽지 않아 단기간내 해결은 어렵다"고 전했다.김은별 기자 silversta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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