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유럽내에서도 영국과 프랑스 만큼 미묘한 관계가 있을까. 지금이야 유럽 연합(EU)의 깃발 아래 평온한 상황이지만 과거 두 나라는 100년 전쟁을 벌였을 정도로 앙숙이었다. 더 오래전으로 되돌아가면 100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유럽의 패권을 놓고 경쟁해왔던 관계다. 뿌리 깊은 감정이 있을 수밖에 없는 사이다.그런데 요즘 영국과 프랑스의 관계가 다시 심상치 않다. 35.4㎞에 불과한 도버 해협을 사이에 두고 있는 프랑스와 영국간의 신경전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원인은 유럽을 휩쓴 경제위기 탓이다.영국은 경제위기를 기회삼아 집권한 프랑스 사회당 정부가 부자증세를 추진하고 기업들과 갈등을 빚자 반사익을 노리는 모습이다.반대로 프랑스는 유럽 위기를 빌미로 런던이 누리고 있는 국제 금융중심지 지위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상대방의 약점을 노리고 접근하는 방식은 동반자 관계에서도 자국이익을 우선시 하는 치열한 생존경쟁이 감지된다.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은 얼마 전 인도 방문 중 현지 재계 관계자들과의 회동하며 "친구들이여 영국으로 오시오"라고 말했다. 인도기반의 세계1위 철강업체 아르셀로 미탈에 대한 프랑스의 적대적 발언이 나온 직후의 일이다.프랑스 올랑드 정부내에서도 좌파 성향이 강한 것으로 평가되는 아르노 몽트부르 산업부 장관이 "아르셀로 미탈이 프랑스에 약속한 것을 어겼다"면서 이런 식으로 비즈니스 하려면 "차라리 프랑스를 떠나길 바란다"고 말한데 대한 반응이다.영국 총리감으로 거론되는 존슨 시장의 발언은 해외 투자 기업과 대립각의 세우는 프랑스 정부와 달리 해외 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영국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이다.프랑스가 영국 런던의 금융 중심지 지위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것도 결국은 돈 때문이다. 영국은 당연히 말도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프랑스의 공격도 만만치 않다.크리스티앙 누아예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가 “유럽의 금융 허브가 해외에 있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라며 유로화 허브 지위를 런던의 금융가 ‘시티’에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말해 영국인들의 공분을 샀다. 영국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도 아니면 유럽의 금융중심지로서 막대한 이익을 위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취지다. 두나라는 EU 예산안을 놓고도 티격태격하고 있다. 영국은 EU 다수국의 2014∼2020년 예산 증액안에 반대하며 프랑스와 반목하고 있다. 이런 두나라가 다른 EU국가 수장들과 함께 오는 10일 노벨 평화상을 받는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며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했다. 어쩌면 세계평화에 이바지한 공로로 받는 노벨상에서부터 EU의 분열은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백종민 기자 cinqang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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