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도 높은 동절기 에너지 절약 대책이 오늘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전기 다소비 대형건물은 실내 난방온도를 20℃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문을 열어 놓은 채 난방을 해서도 안 된다. 공공기관은 18℃ 이하다. 전기사용량이 3000㎾를 넘는 기업은 소비량을 최대 10%까지 의무적으로 줄여야 한다. 한 달여의 계도기간을 거쳐 내년 1월7일부터는 이 같은 조치를 어길 경우 최고 300만원까지 과태료를 물게 된다. 정부가 강도 높은 절전대책을 시행하는 것은 올 겨울 전력수급이 불안한 데 따른 고육책이다. 정부는 한파가 몰아닥칠 내년 1월이면 전력예비량이 127만㎾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원전(100만㎾)이 1기라도 가동을 멈추면 예비전력이 사실상 고갈상태에 이를 수 있는 심각한 수준이다. 말 그대로 깜박하면 블랙아웃(대정전)이 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정부의 전망마저도 위태위태하다. 현재 미검증 부품 문제로 가동이 중단된 영광 원전 5ㆍ6호기와 안내관 균열로 멈춰선 영광 3호기를 이달 중 재가동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재가동이 여의치 않으면 예비전력은 30만㎾대로 뚝 떨어진다. 지난해 9ㆍ15 정전대란 때의 예비전력이 24만㎾였다. 사정이 이 지경에 이른 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평상시 관리감독 부실과 안전 점검 소홀 등으로 인해 원전이 툭하면 고장으로 멈춰서는 일이 반복됐다. 전기사용량은 늘어나는데 공급마저 원활하지 않으니 해마다 여름과 겨울에 전력대란을 걱정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결국 정부 잘못으로 인한 불안한 공급의 부담을 전기사용을 최대한 줄이도록 기업과 국민에 떠넘긴 꼴이 됐다. 어떤 경우라도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블랙아웃만은 막아야 한다. 정부는 우선 영광 원전 3기가 예정대로 빠른 시일 내에 재가동할 수 있도록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전력수요예측도 빈틈이 없도록 보다 정교하게 세워야 한다. 불편하더라도 국민은 절전을 생활화하고 전기사용량이 많은 기업과 산업시설, 대형 유통업체 역시 절전대책에 적극 호응해야 한다. 낮은 전기요금이 전력난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라는 지적도 있는 만큼 요금조정과 누진제 개선 등 요금체제의 합리적 개편을 추진할 때가 됐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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