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또다시 발사가 중단된 나로호(KSLV-1)는 온전한 우리나라 우주발사체가 아니다. 2000억여원을 주고 사온 러시아제 1단 로켓에 국산 2단 로켓과 과학위성을 탑재한 것이다. 나로호 발사의 최대 목적은 1단 로켓 국산화를 위한 기술 습득에 둬야 한다. 이것은 2021년을 목표로 한 '한국형 우주발사체(KSLV-2)' 사업 성공을 위한 선결조건이다. 이렇게 보면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 실패를 거쳐 올해 시도된 3차 발사가 지난달 26일에 이어 어제 또 카운트다운 과정에서 중단된 것은 결코 실망할 일이 아니다. 발사 중단의 이유는 지난달 시도에서는 1단 로켓, 이번 시도에서는 2단 로켓에 있었다. 러시아와 우리나라 양쪽 다 기술적 완성도를 높일 시간을 더 많이 갖게 된 셈이다. 게다가 특히 우리나라 우주과학계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드러난 기술적 오류에 관해 러시아 쪽과 추가로 상의하면서 우리의 로켓 기술을 조금이라도 더 증진시킬 기회를 얻게 됐다. 러시아가 기술이전을 거부하고 있으니 우리로서는 그렇게라도 눈치껏 어깨 너머 공부를 더 해야 한다. 이번 나로호 발사 중단은 우주과학 강국으로 가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러시아는 무려 55년 전에 자체 기술력으로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려 궤도를 돌게 하는 데 성공한 우주과학 선진국이다. 이런 나라의 로켓을 수입해 이용하고도 우리의 나로호 사업은 2002년에 시작된 후 지금까지 10년째 발사에도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나로호 발사에 성공한다 해도 정부가 주장하는 대로 우리나라가 이른바 '우주클럽'의 10번째 회원국이 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의 우주클럽 9개국(러시아ㆍ미국ㆍ프랑스ㆍ일본ㆍ중국ㆍ영국ㆍ인도ㆍ이스라엘ㆍ이란)은 모두 자국 로켓으로 자국 인공위성을 쏘아올렸다. 나로호 사업은 3차 발사가 완료되면 그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종료된다. 시간상으로도 내년 4월이면 러시아와의 기술협력 계약이 만료된다. 다음 발사는 절대로 서두르지 말고 남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자세로 철저한 준비를 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2단 로켓 추력제어기 과전류 현상의 원인을 밝히는 것은 물론 그 밖에 있을 수 있는 모든 기술적 결함의 가능성도 세밀히 점검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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