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복지 재원, 후보 따로 의원 따로

박근혜 새누리당,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등 대선 후보들이 거창한 복지공약을 말할 때마다 제기되는 게 재원 문제다. 그들은 불요불급한 예산 절감, 비과세ㆍ감면 축소 등 세출 구조조정과 세원 확대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다. 국회에서는 의원들이 되레 선심성 예산을 늘리고 비과세ㆍ감면 법안을 양산하는 등 퍼주기에 급급하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들리는 이유다.  박 후보는 자신이 내세운 복지공약을 실행하려면 5년간 97조59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173조5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박 후보는 예산 절감과 복지 전달체계 개혁 등으로 60%, 각종 비과세ㆍ감면 혜택을 줄이는 등으로 40%를 충당하겠다고 했다. 문 후보 역시 소요 재원의 절반가량을 예산 절감과 대기업 조세감면 축소 등으로 채우겠다고 했다. 예산 절감과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ㆍ감면 축소가 두 후보의 절대적인 재원 마련 방안인 셈이다.  하지만 이들의 약속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국회에서 여야가 한통속이 돼 지역 선심성 예산을 늘리고 감면 법안을 양산하는 등 후보들의 말과는 반대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15개 상임위에서 11조원의 증액을 요구했다고 한다. 대부분 도로 개설 등 지역구 선심성 사업비다. 이해집단의 눈치를 보며 비과세ㆍ감면 카드도 남발한다. 택시용 LPG에 대한 개별소비세 감면 일몰 기한을 3년 뒤로 미룬 게 대표적이다. 농협ㆍ새마을금고 등 조합법인 대상 과세 특례도 3년 연장하려 한다.  그렇지 않아도 내년도 정부 예산안은 성장률을 '4% 내외'로 잡은 장밋빛이다. 실제 성장률은 정부 전망치를 밑돌 게 뻔하다. 세수 감소가 불가피하다. 정부 예산안의 거품을 걸러내기는 커녕 민원성 사업비를 끼워넣거나 비과세ㆍ감면 축소 약속을 외면하는 것은 나라 살림은 엉망이 돼도 표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자세다.  후보 약속 따로, 같은 당 국회의원 행동 따로라면 복지재원 마련도, 공약 이행도 불발탄이 될 수밖에 없다. 후보들은 이제라도 복지 확대와 재정과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고민하고 면밀한 재원 확보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의원들의 선심성 예산 심의를 막는 게 그 첫걸음이다.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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