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式 용병술 '파격·신뢰' 극과극

성과 있는 곳엔 '파격', 경영진들의 노력에는 '신뢰'…구본무식 'LG 웨이' 정착

구본무 LG그룹 회장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지난 60여년간 LG그룹을 이끌어온 경영철학 '인화(人和)'를 업그레이드한 구본무식 '인화경영'이 주목받고 있다. 철저한 성과주의를 표방하면서도 인화라는 기본 경영철학은 버리지 않는 'LG 웨이'가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LG그룹은 지난 28일 LG전자, LG생활건강, LG상사, LG실트론 등 4개 계열사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29일에는 ㈜LG를 비롯한 나머지 계열사들의 인사가 마무리된다. 이번 인사의 핵심은 승진을 '순리'로 여겨왔던 LG그룹 임직원들에게 '실적'과 '성과'라는 측면을 강조한 점이다. 성과를 강조하면서도 LG 일가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인화는 그대로 지켜갔다. 시장 선도 성과를 인사 기준으로 삼겠다던 구 회장의 파격은 LG전자 인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계열 분리 이후 첫 고졸 사장이 등장하고 성과가 있는 부문에서는 과감한 발탁 인사가 이뤄졌다. 지금까지 연공서열이 승진인사의 주를 이루던 LG에선 유례 없는 일이다. 이번 인사에서는 실적이 좋은 생활가전 사업부의 승진이 돋보였다.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1976년 사원으로 입사해 35년 동안 세탁기 사업에 매진한 조성진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해 생활가전(HA) 사업부의 새 수장이 됐다. LG전자 첫 고졸출신 사장이 탄생한 것이다. HA 사업본부를 이끌어 온 신문범 부사장도 사장으로 승진돼 중국법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중국은 LG전자가 수년간 공을 들였지만 큰 성과를 이루지 못했던 지역으로 신 사장이 구원투수 역할을 할 전망이다. 전무 2년차로 세계 최대 용량 냉장고를 출시한 박영일 전무는 부사장으로 발탁됐다. 구 회장은 임원급 대우를 받는 연구위원을 확대하라고 지시한데 이어 수석연구위원에도 부사장급을 최초로 선임하는 파격을 선보였다. 반면 주력제품에서 고전을 면치못한 TV,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사업부장들은 모두 자리를 지켰다. 괄목할만한 성과는 아직 내지 못했지만 현 경영진들의 노력에 신뢰를 보낸 것이다. 성과 위주로 파격적인 승진을 단행하면서도 인화를 바탕으로 한 신뢰는 지켜낸 셈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조성진 부사장의 승진에서 볼 수 있듯 '파격'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지만 현 경영진들을 대부분 유임시킨 것은 LG만의 경영철학인 인화를 바탕으로 한 신뢰"라며 "철저한 성과주의 속에서도 신뢰를 바탕으로 한 구본무 회장의 'LG 웨이'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연암 구인회 LG 창업주에서 구자경 LG 명예 회장, 구본무 LG 회장으로 전해 내려온 '인화'가 마침내 구본무 회장대에 이르러 실력과 성과를 바탕으로 한 'LG 웨이'로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명진규 기자 ae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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