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여성노동자…그녀들의 식탁에는?
웃다, 장사 대신 전문職 확 늘어 울다, 비정규직 여성 숨찬 현실 여전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오진희 기자]산해진미를 원하는 게 아니다. 많진 않더라도 '희망'은 있으면 좋겠다. 풍성하진 않더라도 '나눔'의 반찬이 있다면 좋지 않은가. 불안과 우울, 서러움과 절망은 식탁 위에 없었으면 바란다. 2012년 우리나라 여성노동자들이 식탁에 둘러앉았다. 그녀들은 식탁에서 권커니 잣커니 무엇을 나누고 있을까. ◆희망으로 가는 식탁에는=서울 여성의 직업이 다양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전매특허 영역이었던 도·소매업과 숙박·음식업 비율이 20% 수준 감소했다. 대신 보건업·사회복지 서비스업은 취업 비중이 상위권으로 진입했다. 여성 직업군이 다양해지는 것은 물론 전문 영역 진출과 자기계발로 이어지면서 '희망가'가 울려 퍼지고 있다. 서울시 여성능력개발원이 23일 발표한 '서울시 여성취업 업종변화'에 따르면, 여성종사자 취업 비중이 높은 상위 3개 업종은 2000년 ▲도매·소매업(23.6%, 31만6632명) ▲숙박·음식점업(16.8%, 22만5797명) ▲제조업(13.6%, 18만3569명) 순이었다. 2010년에는 ▲도매·소매업(17.7%, 32만9728명 ) ▲숙박·음식점업(13.4%, 25만330명) ▲보건업·사회복지서비스업(9.8%, 18만2094명)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열악했던 여성 노동자의 직업군이 서울시의 새로운 정책과 사회복지 확대에 따라 변하고 있음이 확인된다.웃음치료사로 일하고 있는 신연주(60)씨는 복지관이나 요양원에 계신 어르신들께 웃음을 전파한다. 신 씨는 "웃음을 전파하면 나 자신도 젊어지는 것 같다"며 "노인대학과 복지관에서 특강요청이 있어 강의도 하고, 봉사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웃음을 멈출 줄 몰랐다. 원래 간호사인 장현숙(35)씨는 강원도 고성에서 금연클리닉상담사 겸 보건교육사로 일하고 있다. 보건교육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관련 공부를 했고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지금 행복한 일을 하고 있다. ◆비정규직 여성의 식탁에는=경기도청 소속의 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단기직' 여성 4명이 그녀들의 식탁으로 초대(?)했다. 지난 21일 저녁 경기도 광주의 한 식당. 30~40대 여성 4명은 "희망이 없다"며 한숨소리만 가득했다. 정규직인 연구사 밑에서 연구를 도와주는 보조원 일을 한다. 아침 8시30분부터 저녁 6시까지 일한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없는데 '상실감'은 크다. 4년8개월 근무했다는 48살의 '맏언니' A 씨가 '일당 3만8000원'이라는 쓰디 쓴 반찬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렸다. A 씨는 "매년 11개월 지나면 사직하고 다시 재계약하는 일이 반복됐다"며 "토,일요일 쉬지 않고 꼬박 한 달을 일하면 120만원 받는데 계약할 때는 퇴직금이 없다는 서약서도 의무적으로 써야 한다"고 말했다. 30살의 '막내' B 씨는 조만간 결혼한다. B 씨는 "남들이 보기에 나름 공공기관에 다니고 있어 좋겠다고 하는데 희망을 꿈꿀 수 없는 현실이 우울하다"고 말했다. 가슴을 아프게 하는 '우울'이란 접시를 손가락으로 돌돌 말고 있었다. 1년이 조금 넘은 42살의 C 씨는 "지난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때였는데 경기도차원에서 응원 떡을 돌린 적이 있다"며 "무기직까지만 나오고 단기직은 주지 않더라"고 말했다. 가슴 속에 밀려드는 서러움이 둘러앉은 식탁을 짓눌렀다. '둘째 언니'인 47살의 D 씨는 "정규직인 연구사와 무기직의 경우 분기마다 보너스가 나오는데 단기직의 경우 해당되지 않는다. 보너스가 나올 때마다 같은 일을 하고 같은 공간에 있는데 우리만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기분"이라며 눈물을 머금게 하는 '차별'을 숟가락에 담았다. 통계청의 2011년 8월 근로형태별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 비정규직 근로자는 599만5000명이다. 전체 임금근로자의 34.2%를 차지한다.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는 320만 명으로 전체 비정규직의 절반 이상을(53.4%) 차지한다.정종오 기자 ikokid@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정종오 기자 ikokid@사회문화부 오진희 기자 valere@ⓒ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