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미스터 버냉키,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것이 본연의 임무요”미국 내 주요 대학과 은행 등에 몸담고 있는 민간부문 경제학자들이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FRB가 ‘제로금리’와 세 차례의 양적완화 등 초완화적(ultra-easy) 통화정책에 주력하는 동안 중앙은행의 본분인 통화·물가 안정이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지난 20일 뉴욕 맨해튼 호텔에서 열린 ‘그림자공개시장위원회(SOMC, Shadow Open Market Committee)’ 심포지엄에 참석한 민간 경제학자들이 한 목소리로 현 FRB의 정책기조를 비판했다고 21일 미 경제 주간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가 보도했다. FRB가 통화정책 결정을 위해 매월 개최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빗댄 이름인 SOMC는 지난 1973년 로체스터대학 경제학교수 칼 브루너와 카네기멜론대학의 앨런 멜처 교수에 의해 출범한 순수 민간기구로, 학계와 금융계의 현역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FRB의 정책을 평가하고 비판적 의견을 개진하는 등 정책 투명성을 위한 정책감시기구 역할을 해 왔다. 현재 SOMC는 머빈 굿프렌드 카네기멜론대 교수, 미키 리바이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이코노미스트, 찰스 캘로미리스 컬럼비아대 교수 등 8명으로 구성되어 있다.SOMC 위원들은 FRB가 실업률을 더 떨어뜨리고 경제성장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유로 물가상승률이 관리목표치인 2%를 웃도는 것을 용인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인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굿프렌드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당초 인플레이션을 2%선 이하로 묶어두겠다고 공언했던 FRB가 해이해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지난 9월 3차 양적완화(QE3)를 발표했을 때 인플레 억제목표 2%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인플레는 함정과 같다”면서 “인플레 압력이 위험한 수준까지 이를 때까지 마냥 기다린다면 정책금리 인상 등 긴축통화정책을 편다 해도 이미 때는 늦다”고 우려했다. 한번 인플레가 높아지면 고금리 정책을 편다 해도 수 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이번 SOMC에는 FRB내 ‘매파’로 유명한 제프리 래커 리치몬드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기조연설자로 초청됐다. 래커 총재는 SOMC 위원들의 우려에 공감하며 “비록 일시적이라도 인플레를 목표치 이상으로 뛰도록 방기하는 선례를 남긴다면 중앙은행의 신뢰도는 수십년 동안 먹구름에 휩싸일 것”이라고 말했다.이날 SOMC 심포지엄이 열린 맨해튼 호텔은 공교롭게도 같은 날 버냉키 의장이 오찬 연설을 한 뉴욕 경제인클럽에서 단 몇 블록 떨어진 곳이었다. 경제인클럽 오찬 행사 후 심포지엄에 참석한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 교수는 기자들의 질문에 말을 아꼈지만, FRB가 2%의 인플레 목표를 분명히 밝히지 않은 것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이같은 목표를 재차 밝히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일”이라고 언급했다.김영식 기자 gra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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