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동아시아 지역의 경제공동체가 탄생할 수 있을까.한국과 중국, 일본이 동시에 참여하는 자유무역협정(FTA)을 위한 협상체가 20일 출범한다. 유럽연합(EU)이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과 같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거대경제블록이 탄생할지 관심이 모인다. 구미지역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이 같은 역내 경제공동체 출범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지역통합의 기초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참석차 캄보디아를 방문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각국 정상들과 만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참여를 공식화한다. RCEP은 한국을 포함해 동남아지역 10개 국가로 구성된 아세안(ASEAN), 중국ㆍ일본ㆍ호주ㆍ뉴질랜드ㆍ인도 등 16개 국가가 참여하는 다자간 FTA 틀이다.외교통상부에 따르면 RCEP에 참여한 국가들의 국내총생산을 모두 더하면 19조7000억달러(2011년 명목GDP 기준), 전 세계 GDP의 28.4%에 달한다. EU(17조5000억달러), NAFTA(18조달러)를 능가하는 규모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34억명인 점이나 역내 동아시아 국가들의 최근 10년간 평균 경제성장률 역시 전 세계 평균치의 두배 가까운 6%를 상회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여타 경제블록에 비해 성장가능성이 더 큰 곳으로 점쳐진다.RCEP과 함께 한중일FTA도 본격적으로 협상에 돌입하기로 이날 결정됐다. 당초 중국과 일본간 영토갈등으로 협상이 늦춰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었지만 통상확대가 3국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결국 협상체를 출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정치적인 갈등이 경제를 발목잡으면 안 된다는 심리가 반영된 셈이다. 중국은 고심 끝에 정상 차원이 아닌 통상장관이 모여 협상출범을 공식 합의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RCEP에 못 미치지만 한중일FTA 역시 만만찮은 규모다. 15억명에 달하는 인구나 14조3000억달러에 달하는 GDP는 동아시아 지역뿐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한중일FTA를 관심있게 보는 배경이다. 이미 2003년부터 민간차원에서 한중일FTA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 왔던데다 한중, 한일 등 양자간 FTA 논의가 꾸준히 지속된 만큼 협상이 구체적으로 시작될 경우 다른 협상보다 이른 시일 안에 타결될 가능성이 높다.이처럼 동아시아 지역 기반의 다자간 FTA가 활발히 논의되는 건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 탓이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도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는데다, 미국이 정치ㆍ경제적인 측면에서 동아시아 지역에 적극 관여하려는 가운데 중국이 맞서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경제통합 논의에 불이 붙었다.구미지역과 달리 역내 국가들간 경제수준 차이가 커 늦게 논의가 시작된 측면도 있다. 60년대 역내 국가들간 관세동맹에서 출범해 지금에 이른 유럽연합(EU), 90년대 초 인접국가들간 FTA로 시작된 NAFTA와 비교하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는 이제 막 청사진이 나오는 정도다. 사실상 전 세계 국가가 참여하는 세계무역기구(WTO) 차원의 통상정책이 힘을 잃으면서 지역 내 개별적인 협상이 해결책으로 부상한 때문이기도 하다.교역규모나 후생효과가 늘어날 것이란 점에서 참여국 대부분이 긍정적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각론에서 여전히 입장차가 큰 만큼 앞으로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으로선 EU나 미국과의 FTA를 막 발효한데다 중국과의 FTA협상을 진행중인 상황에서 연이은 통상협상에 나서는 데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중국ㆍ일본과는 3개의 각기 다른 협상 틀 안에서 FTA를 논의하는 게 자칫 소모적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FTA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효과나 영향을 충분히 검증하지 못한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여타 경제블록이 그랬듯 동아시아 지역의 FTA 역시 시간이 지나면 경제 외적인 분야에서 통합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RCEP이나 한중일FTA와 같은 경제통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외교ㆍ안보분야까지 아울러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배긍찬 국립외교원 교수는 "향후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RCEP, 한중일FTA 등 상호 경쟁적이고 전략적 연계성을 가진 지역 협력구도에 적절히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다자 FTA구도는 모두 결코 쉽지 않은 과제로 궁긍적으로 이들 가운데 가장 경쟁력 있는 것만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최대열 기자 dy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정치경제부 최대열 기자 dychoi@ⓒ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