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나로호(KSLV-I)가 오는 29일 다시 발사예정일을 잡았다. 한국형발사체를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인데 러시아의 상식적이지 않는 '통제(統制)'를 보면 납득이 안 된다. 납득이. 예정일이었던 지난 10월26일 발사했다면 나로호는 지금 지구 궤도를 신나게 돌고 있어야 한다. 프랑스, 일본, 중국, 영국, 인도, 이스라엘, 이란, 미국, 러시아에 이어 10번째로 '스페이스 클럽'에 가입하는 순간이 됐어야 한다.
3차 발사 4시간 전 연결포트의 어댑터 블록에 결함이 생기면서 고무링이 파손됐고 급작스럽게 중단됐다. 중단될 수는 있다. 그냥 한번 쏘아 보자는 것도 아니고, 놀이삼아 하늘에 로켓 하나 올려보자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1, 2차 실패에 이어 이번의 3번째 도전까지 5200억 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신중하고 철저하게 점검한 뒤 발사하는 게 맞다. 성공해야 한다. 문제는 러시아의 '나로호 통제'가 상식선을 넘어서고 있는 부분이다. 러시아의 태도를 보면 정말이지 '오호! 통재라!'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나로호는 1단과 2단으로 분리돼 있다. 우주 궤도까지 가는데 1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2단은 과학위성으로 정상 궤도에 접어들면 두 날개를 펴고 본연의 임무를 수행한다. 1단은 러시아가, 2단은 우리나라가 개발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부분은 발사대와 1단 발사체의 연결포트였다. 처음엔 고무링 파손으로 알려졌는데 정밀 검사결과 연결포트의 어댑터 블록 결함으로 나타났다. 러시아가 만든 부품이었고 러시아의 불량 부품 때문에 발사가 중단된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지난 10월26일 이후 지금까지 러시아의 처분만을 기다렸다. 러시아만 쳐다보고 있었다.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었다. 한 달 가까이 발사 일을 늦추면서도 러시아 기술진이 직접 나서 설명한 적도 한 번 없다. 무례하기 짝이 없다. 심지어 어댑터 블록은 '러시아의 수출 통제물품'으로 묶여 신속한 전달이 늦어졌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 교육과학기술부 등 전 외교채널이 나서 설득했는데도 러시아 측은 "수출 통제물품으로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원론적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어댑터 블록은 사고가 난지 22일이 지난 11월17일 인천공항에 도착했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로 이송됐다. 5200억 원의 국책 사업이 러시아의 불량 부품으로 좌초되고, 새 부품이 들어오는데 이것저것 이유를 대고, 직접 나서서 사과 한마디 없고, 기술진의 경과 설명 하나 없는 '러시아의 나로호 통제'를 우리는 가만히 지켜만 보고 있는 셈이다. 러시아의 태도와 자세에 대해 지적하거나 잘잘못에 대해 따져보자는 말은 그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는다. 러시아의 오만한 태도는 1단 발사체에 대한 원천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배짱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뿐만 아니다. 거액의 '수업료'를 낸 우리나라는 러시아로부터 ▲액체연료저장을 위한 상세설계 기술 ▲발사체의 핵심기술 등 1단 발사체에 대한 원천기술을 이전받기로 했었다. 3차 발사를 앞둔 지금 까지 러시아는 1단에 대해 국내 기술진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근처에 오지도 못하게 한다. 기술 이전은 계속 보류상태에 있다. 이런 굴욕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3차 발사는 꼭 성공해야 한다. 러시아를 넘어 한국형발사체로 가기 위한 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리 우주기술은 지금 서 있다. 절체절명을 넘어서는 순간…우리의 우주기술은 두 날개를 펴고 선진국과 당당히 어깨를 견줄 수 있지 않을까. 정종오 기자 ikoki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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