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선심성 입법이 지나치다. 표를 얻겠다며 특정 집단을 위해 법의 본래 취지에도 맞지 않는 억지성 법안까지 서둘러 처리하는 등 전형적인 포퓰리즘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회 국토해양위원회가 지난주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킨 게 대표적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택시를 대중교통수단으로 인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우선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 택시는 법이 대중교통으로 규정한 '일정한 노선과 운행 시간표를 갖추고 불특정 다수를 운송하는 교통수단'이 아니다. 특정 개인의 개별적 운송 수단이다. 더욱이 25만5000여대의 택시 가운데 16만여대는 개인택시다. 자영업 성격이 크다. 세계 어느 나라도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막대한 재정이 추가로 소요된다는 점도 문제다. 택시는 현재도 연간 7600억원의 규모의 유가보조금과 부가가치세 지원을 받고 있다. 대중교통수단이 되면 버스처럼 정부와 지자체에서 추가 지원이 나간다. 얼마나 더 부담이 늘어날지 알 수 없다. 세금으로 택시회사와 운전자를 도우라는 것은 옳지 않다. 당장은 아니지만 버스전용차로 이용에 따를 교통 혼란도 간과할 수 없다. 게다가 세금을 더 지원한다고 해서 택시업계의 경영난과 운전자의 처우가 나아지리란 보장도 없다. 공급 과잉과 수요 감소가 근본 원인이기 때문이다. 자가용의 증가,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체계의 개선으로 택시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최소한 5만대 정도는 줄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가 내년에 1만대가량을 줄이기 위해 50억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도 그 일환이다. 추가로 재정을 지원하겠다고 한다면 누가 감차를 하려하겠는가. 구조적인 문제는 남겨둔 채 정부와 지자체의 부담만 키우는 식의 편법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개정안은 택시업계의 집단이기주의를 돕는 것일 뿐이다. 감차보상 재원 확보, 요금인상 등 다른 정책 수단을 동원해 풀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 국민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교통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일을 정치적 계산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당장 철회하는 게 마땅하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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