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고 노는 일을 나도 그른 줄 알지마는신릉군 무덤 위에 밭가는 꼴 못 보았나백년이 역초초하니 아니 놀고 어쩌리신흠(1566-1628)의 '술 먹고 노는 일을"■ 어려운 시절이었다. 광해군 때 계축옥사로 춘천에 귀양갔다가 인조 반정 때 정승으로 복귀했던 이 분은, 시비가 많은 시절에 어쩔 수 없이 정치적으로 베팅을 해야하는 삶을 살았을 것이다. 조선 중엽의 4대 문장에 꼽힌 지식인 신흠이, 술 먹고 노는 일을 변호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는가. 신릉군은 전국시대 사람으로 제후들이 그 현명함을 존경하여 그의 위나라를 공격하지 않았다는 대단한 지식인인데, 왕의 쓰임을 받지 못해 술 먹다가 술병으로 졸하셨다. 죽고 나서 오래 되니 무덤이 흩어져서 그 위에 농부들이 쟁기를 꽂아밀며 밭을 간다. 백년이 풀더미처럼 지리멸렬하니 좀 놀잔 말이다. 허무에 바탕한 낙천주의는, 옛 명문장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가만히 생각하면 이보다 더 뼈아픈 진리도 없을텐데, 죽어 흙먹을 건가, 살아 술먹을 건가를 물으면 대답이 간단해지지 않는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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