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계혈통 깨고 사촌이 잡았다…'가문경영' 시대

재계, '총수의 실험'...스웨덴 발렌베리가 모델 탐색

위기의 시대, 핏줄만으론 한계...'형제의 난' 혈투도 사라져야[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LS그룹이 국내 대기업에서 보기드문 사촌간 경영권 승계로, 스웨덴의 발렌베리가문 같은 비즈니스 가문경영의 국내 첫 모델을 제시, 주목된다. LS그룹은 12일 구자열 LS전선 회장이 내년 1월부터 LS그룹 수장에 오른다고 밝혔다. 구자열 회장은 구자홍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구자홍 회장은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장남이고 구자열 회장은 지난달 20일 별세한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국내의 경우 이같은 가문경영이 시도된 적은 있지만 LS그룹처럼 진통없이 성공적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두산그룹 등이 형제간 경영을 통해 가문경영의 첫발을 뗏지만 진통을 겪었다. 국내 가문경영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한통운, 대우건설 인수 등으로 형제간 갈등을 겪으면서 선대의 뜻인 가문경영을 접어야 했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은 형제간 경영권 분리 단계에 있다. 두산그룹은 진통 끝에 형제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박용성 회장과 고 박용오 회장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대대로 내려온 가문경영을 중단하는 상황에 처했다. 하지만 그룹 총수자리를 이어받은 박용현 회장이 박용만 회장에게 회장 자리를 승계하면서 가문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두산그룹은 박용만 회장 체제 이후 글로벌 그룹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재계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엔 LS처럼 비즈니스 가문경영을 선택하는 그룹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가족경영의 장점을 살리면서 경영권 분쟁을 줄이기 위해 그룹 총수를 물려받은 이가 단독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닌 가문이 공동으로 경영에 참여하되 총수를 맡은 대표가 '오너십을 가진 전문경영인' 역할을 하는 지배형태인 가문경영 방식이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동안 국내 그룹들은 2세로 경영권이 승계되는 과정에서 분쟁소지를 줄이기 위해 그룹을 나누는 성향이 강했다. 삼성그룹만 하더라도 고(故)이병철 선대회장 후 경영권이 이양되면서 한솔그룹, CJ그룹, 신세계그룹 등으로 분리됐다. 고 정주영 회장의 현대그룹 역시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 그룹, 현대그룹 등으로 쪼개졌다. 하지만 그룹 분리 후 규모가 줄면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된 곳도 생겼다. 삼성그룹에서 분가한 후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공중분해 된 새한그룹이 그런 경우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형제나 동업자간 비즈니스 가족 경영이 잘 이뤄지지 않았다"며 "비즈니스 가문 경영은 서로간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고 책임경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사촌간 협업체제를 공고히 한 LS그룹의 경영방식을 주목할 만 하다"고 말했다. 그는 "1인 장자가 아닌 가문 전체가 공동으로 경영에 참여해 분쟁 소지를 줄일 경우 오너 경영의 경쟁력이 배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이은정 기자 mybang2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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