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기업 보호 공적자금 투입늘려..시장개입 강화 우려 목소리 확산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유럽 양대 항공방산업체인 영국 BAE 시스템스와 에어버스 모회사 EADS의 합병 협상이 최근 결렬됐다. 이번 협상은 미국과 유럽의 국방예산 삭감으로 인한 방위 전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6월부터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추진돼온 것이다. 그러나 두 기업의 주주인 영국과 독일·프랑스 정부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최종 결렬된 것이다.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BAE와 EADS의 협상 결렬이 국가 간 단순 대립 너머 '유럽식 국가자본주의'의 부활을 의미한다고 최근 분석했다.BAE와 EADS의 합병이 성사됐다면 시장가치 450억달러(약 50조원)로 미 보잉에 버금가는 거대 방산업체가 탄생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세 나라는 정부 지분 비율과 이사진 구성, 본사 위치 등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견해 차이가 심했다.세 나라의 기싸움이 팽팽하게 진행된 것은 통합의 가치보다 개별 국가의 가치가 우선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의 장기화로 '뭉쳐야 산다'는 생각보다 '내가 먼저'라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주권을 옹호하고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극우 이데올로기의 발흥도 만만치 않다.전문가들은 독일이 점차 강화하는 프랑스식 국가주의 부활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프랑스 정부의 시장개입이 점차 강화하는 추세다. 프랑스 정부는 무엇보다 경영난에 빠진 자국 기업을 구제하는 데 애쓰고 있다.프랑스 정부가 최근 자동차 메이커 푸조시트로앵의 금융 부문 자회사인 방크 푸조시트로앵 파이낸스에 70억유로(약 9조7888억원)를 지급 보증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는 2009년 유동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던 푸조와 르노에 60억유로나 저금리로 대출해준 이후 최대 규모의 공적자금 투입이다.프랑스 정부 투자기관인 국가참여관리청(APE)의 역할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04년 출범한 APE는 현재 580억유로 규모의 12개 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APE는 프랑스전력공사(EDF), 프랑스텔레콤, 에어프랑스KLM, EADS, 프랑스 원자력 발전 기업 아레바 등 다양한 업체 지분도 사들이고 있다.프랑스 정부가 최근 중간 규모 기업, 다시 말해 '미텔슈탄트'를 지원하기 위해 420억유로로 만든 투자은행 BPI의 등장도 심상치 않다. 최근 출범한 BPI는 프랑스 국부펀드(FSI), 기술금융기관(OSEO), 프랑스 정부 산하 펀드(CDC)의 기능이 통합된 것으로 재정난에 허덕이는 유망 미텔슈탄트를 지원한다. 그러나 재정 지원을 통한 기업 구제에 초점이 맞춰진 BPI는 미텔슈탄트의 건전한 발전보다 정부의 영향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2차대전 직후 국가 부흥을 위해 이탈리아의 산업부흥공사(IRI), 스페인의 산업공사(INI) 같은 기업들이 탄생했다. 이처럼 유럽이 국가자본주의로 회귀하리라 생각하는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최근의 움직임은 분명 우려할만하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국가의 시장간섭이 본격화할 경우 EU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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