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나 주택을 구입할 때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1ㆍ2종 국민주택채권, 도시철도채권, 지역개발채권. 이런 소액채권의 금리 결정에까지 담합이 끼어들 수 있다고 의심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증권회사들이 소액채권을 싸게 사들여 이득을 취하기 위해 금리를 담합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결과 밝혀졌다. 자동차 등록이나 아파트 등기에 필요하다 해서 소액채권을 샀다가 되판 경험이 있는 수많은 금융소비자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공정위는 2004~2010년에 20개 증권회사들이 소액채권 금리를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지난 주말 발표했다. 공정위는 이들 증권회사에 총 192억여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동시에 삼성ㆍ대우ㆍ현대ㆍ동양종금ㆍ우리투자ㆍ한국투자 등 6개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증권회사들이 금리 담합을 통해 벌어들인 부당이득 금액 추정치는 공정위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관련 전문가들은 그 금액이 연간 수백억원은 족히 될 것으로 추정한다. 그만큼 증권회사들이 금융소비자의 돈을 갈취했다는 얘기다. 증권회사들은 소액채권의 시장조성자(마킷 메이커)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과 국고채와 소액채권의 금리 차이를 줄여달라는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랐다는 점을 내세워 억울하다는 반응도 일부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그런 변명이 담합행위 자체를 정당화해 주지는 못한다. 증권회사들은 금융소비자의 신뢰를 배반한 것에 대해 법에 의한 처벌을 받는 게 당연하다. 더 나아가 스스로 도덕적 속죄와 부당이득 반환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 소액채권 금리 담합 사건에는 시장관리를 맡고 있는 한국거래소도 관련됐을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가 공개한 증권회사 직원들의 메신저 대화를 보면 '거래소와도 협의'라는 표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제재 대상 명단에 한국거래소를 올리지 않았다. 한국거래소와 관련된 부분은 금융감독 당국이 처리할 문제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금융감독 당국은 이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하기야 금융감독 당국도 소액채권 금리 담합에 대해 그동안 눈을 감고 있었음이 이번에 드러난 셈이니 유구무언일 터이다. 이번 사건은 금융소비자 보호 제도와 금융감독 체계의 개선이 절실하게 요구됨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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