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정치쇄신 방안을 두고 말들이 많다. 국회의원 수 줄이기, 정당 국고보조금 삭감, 중앙당 폐지 가운데 특히 의원 수 축소에 매우 비판적이다. 여야 정치권, 학계, 진보성향 시민단체까지 '선무당 사람 잡는 식'이라느니 '정치 불신에 영합한 포퓰리즘'이라느니 쓴 소리 일색이다. 모 대학 교수는 "뭐 하러 의원 수를 줄입니까. 아예 국회를 없애지요"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이들은 비판의 근거로 대의정치 확대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명분을 든다.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민의를 반영하는 기구다. 의원 수를 대폭 줄이면 행정부 견제도, 소외계층 대변 세력의 국회진출도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말을 빌리면 "국민이 정치를 불신한다고 해서 정치 자체를 위축시켜선 안 된다"는 논리다. 수를 줄이기보다는 국회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게 정치쇄신의 본질이라는 얘기는 맞다. 하지만 간과한 게 있다. 국민이 왜 의원 수를 줄이자고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 왜 줄이면 안 되는가에 대한 고민도 없어 보인다. 민생은 뒷전이요, 폭력과 식물국회라는 욕을 먹으면서도 세비 인상 등 제 잇속 챙기는 일엔 여야 한통속인 게 작금의 국회다. 대의기능을 제대로 발현하지 못하는 게 과연 수가 적어서인가. 제헌국회 의원은 200명. 1980년 헌법을 고쳐 의원 수를 '200인 이상'으로 정한 뒤 1988년부터 299명이었다. 그러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0년 16대때 사회의 '고통 분담 분위기'에 떼밀려 273명으로 줄였다. 하지만 4년 후에 슬그머니 되돌렸다. 19대엔 '세종시'를 이유로 300명으로 1석을 또 늘렸다. 의원 수를 주민 대표성과 합리성을 따져 정한 게 아니라 정파 간 이해에 따라 선거구를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갠 데 불과하다는 방증이다. 헌법재판소 권고나 외국의 예를 감안할 때 조정할 여지가 크다. 헌재는 2001년 선거구 인구 편차를 3대 1로 정하면서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2대 1'로 할 것을 권고했다. 10년도 더 지난 이제 2대 1로 낮출 때가 됐다. 미국은 1대1, 독일은 1.3대 1, 일본은 2대 1 수준이다. 인구 편차를 좁히면 의원 수를 줄일 수 있다. 행정체계 개편 흐름에 맞춰 전국을 65개 안팎의 광역 시ㆍ군으로 재편해 중대선거구로 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외국의 예도 참고할 만하다. 미국은 인구 3억1000만명에 하원의원 435명으로 의원 1인당 대표성이 71만2000명이다. 일본은 인구 1억3000만명에 중의원 480명으로 27만명이다. 더구나 미국은 1911년 이후 줄곧 435명이고 일본은 지금 395명으로 85명을 줄이려는 중이다. 반면 우리는 인구 5000만명에 300명으로 대표성이 16만7000여명에 지나지 않는다. 나라도 작은데 이 많은 의원을 둘 필요가 있는가. 무엇보다 의원 수가 줄면 대의정치 확대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수긍하기 어렵다. 지방자치 시대가 열린 지 17년이 넘었다. 지방의원의 역할이 국회의원과 중복되는 경우도 많고 인터넷, 교통, 통신 등이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달했다. '관할 구역이 너무 넓어지면 의원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말도 이젠 설득력이 약해졌다. 국회의원 수를 줄이는 일은 공직선거법만 고치면 된다. 여야가 합의하면 언제든 가능하다. 깊이 있게 논의도 해보지 않고 지레 발끈할 일이 아니다. 이미 2009년 1월 이회창 당시 자유선진당 총재가 "국가 개조와 정치 개혁 틀 속에서 의원 숫자를 30% 감축한 210명 수준으로 줄이자"고 제안했던 일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이 앞장서 의원 수가 우리 현실에서 과연 몇 명이 가장 적정한지를 공론에 붙여보라. 어경선 논설위원 euhk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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