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소득불평등 추이에 관한 김낙년 동국대 경제학 교수 겸 낙성대경제연구소장의 최근 논문이 눈길을 끈다. 낙성대경제연구소 사이트에 실린 '한국의 소득불평등, 1963~2010: 근로소득을 중심으로'가 그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 기준으로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10여년간 상층 중심으로, 특히 최상층에서만 실질소득이 급증했을 뿐 중간층 실질소득은 정체했고 하층 실질소득은 감소했다. 빈익빈 부익부를 초래하는 소득양극화 문제는 김 교수 말고도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지적해 왔다. 김 교수의 논문이 주목되는 것은 소득양극화가 일반적인 추정 이상으로 매우 빨리 큰 폭으로 진행돼 왔음을 구체적 통계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소득불평등을 주제로 한 연구로서는 처음으로 국세청 소득세 자료까지 반영한 결과라고 하니 신뢰도도 높아 보인다. 논문에 따르면 1996~2010년 14년 동안 소득순위 5분위별 실질소득이 밑에서 0~20%는 24.3%, 20~40%는 9.7%, 40~60%는 3.9% 각각 감소한 반면 60~80%는 7.2%, 80~100%는 41.3% 증가했다. 뭉뚱그려 말하면 근로소득자의 하위 60%는 실질소득이 늘어나기는커녕 줄어들었고, 나머지 40%에서도 상위 20%의 실질소득 증가가 두드러졌다. 그 상위 20%를 세분하면 최상위 10%는 53.8%, 최상위 1%는 76.9%, 최상위 0.1%는 155.0%나 늘어났다. 분위별 소득증가율 편차가 벌어진 결과로 소득불평등도가 그만큼 높아졌다. 그 전인 1960년대 중반~1990년대 중반에는 소득불평등도가 큰 기복 없이 횡보했다. 외환위기를 분수령으로 경제성장의 낙수효과(트리클다운)가 사라진 것이다. 게다가 소득순위 중간(50% 전후)에 해당하는 근로소득자들까지 실질소득이 줄어들었으니 중산층도 성장과실 분배에서 소외된 셈이다. 중산층 붕괴라는 말이 나오게 된 이유다.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제분야에서 경제민주화ㆍ복지ㆍ성장동력 등이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소득양극화 문제는 뒤로 밀려난 감이 있다. 김 교수의 논문은 소득양극화가 부차적인 주제로 밀쳐둘 문제가 아님을 말해준다. 갈수록 소수만 더 부자가 되고 중간층을 포함한 다수는 더 가난해지는 경제성장은 그 자체로도, 정치ㆍ사회적으로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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