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예산정책처가 조목조목 짚어낸 내년 예산안의 문제점을 보면 이런 정부에 나라살림을 맡겨도 되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수자원공사는 4대강사업 채권이자 보조금을 신청하면서 최근 저금리 추세가 아닌 과거연도 평균금리를 적용해 부풀렸다. 국립암센터와 과학기술연구원, 인터넷진흥원 등은 각각 수백억원의 금융자산을 갖고 있으면서도 이는 쓰지 않고 덜컥 예산부터 신청했다. 세계적으로 투자 붐이 일고 있는 셰일가스 사업에 가스공사와 석유공사가 서로 뛰어들겠다며 각각 수천억원의 예산을 요구했다. 세종시 이전 중앙부처 공무원에게 1년 동안 매달 20만원씩 이전수당을 주겠다는 것은 대전청사와 육ㆍ해ㆍ공군본부 등 과거 지방이전 기관 공무원에게는 없었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어긋난다. 예산정책처 분석 결과 필요성 부족, 과다ㆍ과소 편성, 사업계획 부실, 유사ㆍ중복 등 문제가 있는 사업예산이 518개나 됐다. 이 중 예산을 부풀려 신청한 경우가 129개로 압도적이다. 더구나 내년 정부 총수입이 정부안보다 13조6000억원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경기가 나빠 세금징수가 원활하지 않고 공기업 지분매각도 어려울 거라는 판단에서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구멍이 송송 뚫려 있다는 얘기다. 허술한 데가 이뿐일까. 허점투성이 정부 예산안을 걸러내는 일은 정기국회의 가장 큰 책무다. 국민 세금으로 짜인 나라살림이 허투루 쓰이지 않는지 철저히 가려내야 한다.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국회 행태를 보면 걱정이 앞선다. 과거 국회는 예산안 법정 처리시한을 넘기기 일쑤였다. 정부 예산안 가운데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기는커녕 지역구 민원처리용 예산을 끼워 넣거나 여야가 짜고 나눠먹었다. 오늘로 19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끝난다. 우려한 대로 이번 국감은 대선주자 검증 힘겨루기로 시종했다. 정책 감사는 실종됐고,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논란과 정수장학회 지분매각 추진 등 의혹만 난무했다. 예산 심의마저 이런 식의 대선후보 검증 난타전으로 치달아선 안 된다. 선거를 목전에 둔 대선 후보들은 복지확대 등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 터다. 여야가 그토록 강조하는 민생 챙기기의 출발점은 내년 예산안에 대한 면도날 심의와 올해 예산집행에 대한 깐깐한 결산이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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