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기관투자자들은 미리 알았던 것 아닙니까?"전업투자자인 나주식(가명)씨는 23일 농심을 보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7월 이후 꾸준히 오르던 주식이 급락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나씨가 화가 난 것은 급락과정이었다. 0.55% 하락으로 시작한 농심은 장 초반부터 매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주로 외국계 증권사를 통한 매도 물량에 주가는 개장 1시간여만에 마이너스 7%대로 떨어졌다. 이후 주가는 계속 마이너스 6~7%대에 머물렀지만 급락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오후 들어 국정감사에서 농심 일부 제품의 원료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장중에는 확인되지 않았고, 농심은 결국 6.40% 내린 25만6000원으로 마감됐다.개장 초 외국인으로 추정되던 물량은 국내 기관 물량이었다. 기관은 23일 하루에만 6만2102주를 순매도했다. 금액으로는 160억원이 넘었다. 23일 대규모 매도 전환전까지만 해도 기관은 농심을 꾸준히 포트폴리오에 채웠다. 9월18일부터 무려 22거래일은 연속으로 순매수했다. 이 기간 순매수 수량은 31만3401주다. 기관은 장 초반부터 이상 징후를 감지했다는 것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장 마감 후 루머는 사실로 확인됐다. 국정감사 결과, 농심에서 판매하는 일부 우동 제품 스프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이언주(민주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국수나 우동의 국물맛을 내는 ‘가쓰오부시’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을 다량 검출했다. 또 문제의 제품 중 일부가 농심에 납품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농심측은 "지난 6월 문제가 제기돼 관련 제품을 외부 공인 기관에 의뢰한 결과, 불검출로 나타났다"며 "제품은 안전하다"고 반박했지만 전날 급락 여파는 가시지 않았다. 장 초반 농심은 2.73% 추가 하락하면서 24만9000원까지 밀리기도 했다. 농심이 25만원 아래에서 거래된 것은 지난달 19일이 마지막이었다. 한 투자자는 "기관이 악재를 미리 알고 주식을 팔 경우, 개인은 대응 자체가 쉽지 않다"며 "정보 비대칭성 문제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전필수 기자 philsu@<ⓒ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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