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사회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정권 말기 증후군인가. 구미 불산가스 유출사고에서 북한 병사의 '노크 귀순', 정부중앙청사 방화ㆍ투신사건에 이르기까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사태는 국민의 안전과 국가 안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음을 드러냈다. 특히 사건 사고의 전개 과정에서 보여준 관련자들의 미숙한 대응과 책임 전가, 거짓 보고는 기강해이 차원을 넘어선 공직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냈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어제 국무회의에서 최전방 군부대 경계 부실 사건을 놓고 "어느 때보다 안보ㆍ보안 태세를 굳건히 해야 할 시점에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는 정부청사 방화ㆍ투신과 불산가스 누출 사건도 거론하면서 공직자들의 근무 자세와 기강 해이를 질타했다. 김 총리의 자성과 지적이 있었지만, 최근 사태는 그런 정도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불산가스 사고는 정부와 지자체의 미숙한 대응이 재앙을 키웠다. 전국에 산재한 위해가스 시설 인근 주민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사건을 되짚어 보고 확실한 안전대책을 세우는 것은 물론 사태를 키운 관련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 정부청사 방화ㆍ투신 사건 후 정부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한다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다음 날에도 출입구가 훤히 뚫려 있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기계적인 보안설비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다. 국가시설에 대한 철저한 보안의식과 교육,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는 게 우선이다. 북한병 귀순 사건은 국가 안보 태세의 총체적 허점을 그대로 드러냈다. 군의 기본임무인 경계의 실패에서 끝난 게 아니다. 허위 상황 보고, 거짓말 국회 증언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장성급을 포함한 징계 방안을 내놓았으나 국민의 눈길은 싸늘하다. 합참의장, 국방장관이 책임져야 할 엄중한 사안이다. 일련의 사태를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 정권 말기에 나타나는 공직 사회의 눈치 보기, 무사 안일주의가 불러온 참극일 수 있다. 불산가스 사건이나 '노크 귀순'에서의 늑장 대응, 책임 전가, 허위보고가 좋은 증거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정부는 정부가 아니다. 대선으로 나라가 어수선할수록 공직사회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특히 고위 공직자와 국방 책임자들은 이를 명심해야 한다.<ⓒ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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