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구제금융 미루기, 더 큰 대가 치를 것'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여부가 국제사회의 초미의 관심사다. 시장에서는 스페인이 유럽연합(EU)의 구제금융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지만, 스페인 정부는 계속해서 주저하고 있다.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스페인 정부가 계속해서 구제금융 지원을 미룰 경우 치러야 할 대가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경제 전문가들은 스페인이 구제금율 신청을 미룰 경우,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스페인 경제가 더욱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스페인이 위기 국면에 접어들어서야 구제금융을 받게 될 경우 스페인 및 유럽이 치러야 할 비용은 더욱 커진다고 말했다.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매입계획을 발표한 이래로 스페인 국채금리가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스페인이 서둘러서 구제금융을 신청할 이유는 사라졌다. 하지만 지난 10일 미국의 신용평가기관 S&P가 스페인의 신용등급을 정크등급 바로 윗단계인 BBB-로 강등한 데에서 확인할 수 있듯 스페인 경제는 매우 취약한 상황에 놓여있다. 더욱이 최근 스페인 정치권마저 사실상의 ‘마비’ 상태에 빠지면서 경제적 난국은 더욱 심화되는 양상이다.컨설팅 회사 아날리스타스 피난시에로스(AFI)의 앙겔 베르게스 최고 경영자는 “(스페인) 경제가 멈춰버렸다”고 말했다. 실제 스페인 경제는 우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페인의 시멘트 생산량은 1960년대 이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자동차 판매량도 전년대비 37% 줄어들었다. 전문가들은 스페인이 EU 등으로부터 구제금융을 신청할 경우 자금 조달 금리가 떨어져 은행과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수 있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마리아노 라호이 총리는 국내정치적인 이유 등을 들어 구제금융 신청을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그는 긴축정책을 실시할 경우 자신의 소속 정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의 경험을 통해 확인했던 터라, 구제금융 신청이 부여될 이행조건에 민감한 모습을 보여왔다. 스페인 정부의 한 고위 인사는 “스페인 구제금융 신청과 관련해 어떠한 압력도 없다”며 “구제금융 신청과 관련해 알아야 할 모든 것들을 확인한 뒤에 신청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하지만 전문가들은 스페인이 구제금융 시기를 저울질하며 수개월간을 보내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구제금융 시기를 차일피일 미루기만 할 경우 스페인 경제가 불확실성에 계속 놓여 있을 뿐 아니라, 스페인 국채 금리가 다시 치솟는 시장 혼란 상황에서 구제금융을 받게 될 것이고 이 경우 구제금융 조건은 더욱 가혹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에서 경제장관을 지냈던 호세 마누엘 캄파는 “구제금융 신청을 계속 미룰 경우, 더욱 가혹한 조건을 강요받을 수 있다며 지금 신청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라고 말했다.스페인의 재정사정이 그리스만큼 심각한 것은 아니다. 그리스의 경우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 부채 비율은 200%를 넘어섰지만 스페인은 프랑스와 비슷한 90% 수준이다. 다만 문제는 스페인의 국채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도 스페인의 국가부채 비율은 GDP대비 96% 선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스페인 부채 비율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같은 상승세는 악화일로를 겪고 있는 스페인 경제와 스페인 금융권에 대한 구제 비용, 국채 수익률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 때문이다.더욱이 현재 위기의 해법으로 제시된 긴축재정은 스페인의 경제 성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제가 되고 있다. 소비세 부과 등으로 인해서 소비가 더욱 줄고 있는 것이다. 가령 자동차의 경우 18% 수준에 머물던 세금이 21%로 오르면서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동기 대비 38% 줄어들었다.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임금이 하락하면서 수출 산업 경쟁력은 높아졌지만, 스페인 경제 자체가 내수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 경기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스페인의 성장 잠재력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나주석 기자 gongga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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