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사양길을 걷던 서울의 '구두산업'이 주민, 지자체, 관련 제조업체 등의 노력으로 새롭게 부활하고 있다. 13일 성수역 일대는 '슈슈마켓'을 찾은 소비자들과 지역 제조업자, 기능인들의 웃음꽃으로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1960년대 이후 수제 구두산업은 성동구 성수동 일대의 대표산업으로 자리매김 해왔다. 지금도 성수동은 구두제조 관련업체 600여 개가 밀집돼 있다. 국내 최대 구두산업 집적지로서 구두업체에 종사하는 사람도 6000여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는 오랜 불황과 인력난, 대량생산 등으로 전성기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이에 제화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지자체와 관련업계가 힘을 모았다. 그 노력으로 태어난 게 '슈슈마켓'이다. '슈슈마켓'에선 수제화와 구두관련제품은 물론 다양한 피혁제품(핸드백, 지갑, 액세서리)이 눈길을 끌었다. 대학생들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에는 독특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소비자들의 발길을 멈추게 했다.
13일 성수역 1번출구 앞에서 수제화 장터 '슈슈마켓'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성동제화협회에 소속된 32개 업체가 참여했다. 소비자들은 수제화의 품질은 물론 디자인, 가격에도 상당히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아이들과 함께 신발을 사러 나온 성수동 주민 윤모씨(43)는 "백화점보다 품질은 좋은데 가격은 반값이라서 대만족"이라며 "다음 행사는 더 큰 규모로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능성 구두 전문업체인 오드리아 노희승 사장은 100여 켤레의 제품이 오전 중에 동이 나자 오후엔 예약을 받을 정도였다. 노사장은 "행사 규모와 횟수가 늘면 중소업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기뻐했다.대학생들의 아이디어 제품도 인기가 높았다. 장터 한 곳에 마련된 한양여대부스에는 실용미술학과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한 노트, 팔찌 등 물품이 전시됐다. 김주현 양은 "오전에 재료값은 다 벌었다"며 기대이상의 매출을 자랑했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마다 관심을 보이고 사가니 기분이 좋다"며 웃었다. 같은 학과에 다니는 이현미 양은 "직접 만든 제품을 내보일 공간이 없었는데 학생들에게 이번 행사는 기회이자 좋은 경험"이라고 말했다. 상인들의 얼굴에는 오래간만에 웃음꽃이 피었다. 성동구청관계자는 "서울시민들이 구두를 살 때 앞으로 성수동을 떠올리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양한 깔창들을 전시해놓은 부스 앞에서 만난 혜성산업 김호현 사장은 "이번 행사로 성수동 일대 제화산업의 부활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기능성 인솔을 만들어 공장에 납품하고 있는 김 사장은 "향후 인솔을 납품하게 될 신발공장 관계자들을 많이 만난 것이 이날의 제일 큰 수확"이라고 덧붙였다. 성동구와 성동제화협회는 지난해 6월 이곳에 서울성수수제화공동매장(SSST)을 열고 25개 업체의 구두를 공동판매하고 있다. 슈슈마켓은 내년 4월부터는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다. 관련 업계도 '슈슈마켓'을 통해 사양산업을 고객들이 재발견하길 기대하는 표정이다. 성동제화협회 이해삼 사무국장은 슈슈마켓을 "한국 수제화의 우수성을 보여주는 대표행사로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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