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털어 놓은 미사일 협상 뒷얘기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정부가 최근 끝난 한-미 미사일 협상 안팎의 이야기를 공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협상을 둘러 싼 여러 쟁점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우선 일각에서 전해진 것과 달리 사거리 연장은 일찌감치 결론이 나 쟁점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사거리를 1000km로 요구하다가 800km로 양보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애초부터 우리 정부는 800km를 요구했고 미국 정부도 이에 동의해 두 달 전에 이미 사거리 연장에 대해 잠정 합의했었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길게 잡아 우리나라 중부권을 기준으로 사거리 550km, 남해안에 새로운 미사일 기지를 건설한다 해도 800km면 북한의 미사일 기지가 모두 사정권에 드는데 굳이 1000k를 요구해 협상을 어렵게 만들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이 관계자는 "사거리가 800km를 넘으면 인접국에 설명해야 하고, 오히려 시빗거리를 제공한다"면서 "앞으로 10년 동안은 지금 개정의 범위를 벗어나는 수요 자체가 생길 가능성이 별로 없다"고 내다봤다.미국 측은 처음엔 사거리 연장 자체를 반대하다가 한국 정부의 설득과 양국 정상의 합의에 의해 결국 800km 요구가 수용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두 차례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강력히 요청한 게 컸다. "우리 국토 어디에서 발사해도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우리 측의 설득도 먹혀들었다. 다만 미국 측은 사거리를 줄인다고 해도 탄두 중량을 그만큼 정비례로 늘리는 데는 난색을 보였다. 탑재 중량 500㎏, 사거리 300㎞ 이상인 탄도 미사일의 타국 기술 이전을 금지하는 미사일기술통제체제(MTCR)가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했다.이에 따라 한-미 양국 정부는 사거리 대신 트레이드 오프(Trade-Off) 적용 범위를 어디로 잡느냐에 막판까지 협상을 벌였다. 결국 한국 측의 요구대로 사정거리 800km 이하에서는 모두 트레이드 오프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이 관계자는 또 우주 발사체의 고체연료추진체 사용 제한이 합의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해선 "우리 측이 필요하지 않았고 북핵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에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도 우리나라는 2001년 체결된 한-미 미사일협정에 따라 일부에서 고체연료미사일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나라호 발사체 등을 연구하면서 액체연료로켓을 개발 중일 뿐 고체연료 기술은 아예 연구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고체연료 사용 제한 해제가 굳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액체연료 로켓의 경우 발사체 크기ㆍ고도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고체연료 로켓은 저궤도의 작은 발사체에만 제한적으로 사용된다.이 관계자는 "북한 핵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에서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려 협상을 하고 있는데 별로 관계없는 우주 발사체의 고체연료추진체 사용을 논의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판단해 뺐다"며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이 아니며 언제든지 우리가 필요하면 추후 협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고체연료 로켓을 개발하는데 왜 우리는 못하냐는 질문에 대해선 "일본은 고체ㆍ액체를 막론하고 공격용 미사일 보유를 자국내 법률로 금지하고 있는 나라"라며 우리와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일본은 방어용으로 미사일을 일부 보유하고 있고, 민간용 로켓을 개발하고 있을 뿐 헌법과 법률을 바꾸지 않는 한 공격용 미사일을 개발할 수 없다. 대북 타격용으로 미사일을 개발하는 우리나라와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MD체제 편입등 이면 협상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오히려 미국의 MD 정보를 우리의 MD시스템에 활용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적극 부인했다. 그는 "미국의 MD체제에 들어가느냐 마느냐는 우리의 관심있는 이슈가 아니었다"며 "북핵 방어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가 기준이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수분내 자체 탐지ㆍ추격ㆍ파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우리의 목적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미국의 MD 시스템이 확보하는 정보를 우리의 MD 시스템이 활용하는 쪽으로 이번 협상 결과를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미사일 지침을 아예 파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한미 동맹의 원활한 작동에 의한 연합자산의 활용이 북핵 도발을 막는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재 한미간에 북핵 등과 관련해 단계별 역할 분담이 다 돼 있고, 우리 정부가 단독으로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미사일 사거리 연장은 북 도발에 초기대응하는 과정에서 우리 군의 몫이 커진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주변국들의 반발에 대해선 "신경쓸 일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중국 등이 미사일통제체제(MCTR) 규정 위반 등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번 미사일 사거리 연장은 국가간 미사일 수입 또는 기술 도입이 아니라 우리 기술에 의한 자체적인 개발이기 때문에 MCTR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함께 북핵 미사일 탐지ㆍ방어 능력 확보에 대해선 "예산이 확보하면 언제든지 가능하며 군사 당국간 협상할 문제이며 앞으로 해결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김봉수 기자 bskim@<ⓒ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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