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직원이 쓴 '애니팡 리포트' 폭소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국민게임 '애니팡'이 금융권 리포트에 등장했다. 물론 정식 배포된 문서는 아니지만 게임에 푹 빠진 애니팡 이용자들은 "재밌다", "유익하다" 등 찬사를 보내고 있다.4일 증권가 메신저와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통해 '트레이딩부 이종길대리가 알려주는 애니팡 매뉴얼(1/3)'이라는 제목의 PDF 파일이 빠르게 유포됐다.모 시중은행 트레이딩부 이종길 씨가 작성했다고 표기된 이 파일은 5페이지에 걸쳐 애니팡에 막 입문한 초보자들을 위한 고득점 비결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이씨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스마트폰을 손에 쥐는 자세와 시선. '플레이는 반드시 두 손가락으로 한다', '터치하지 않는 손가락은 화면을 가리지 않게 한다', '왼손엄지손가락으로 화면을 터치하는 순간 시선은 화면 오른쪽을 보고 다음 목표를 찾는다' 등과 같은 문구와 함께 '권장자세'를 세밀하게 그린 그림도 함께 넣었다.
게임을 큰 틀에서 보기 위한 기본 전략도 제시했다. '콤보를 최대한 이어나가고, 더 이상 콤보가 없을 때 폭탄을 터뜨린다', '4개짜리 메이드보다 3개짜리 메이드 두 번이 더 가치 있다" 등의 고득점 비결과 함께 '콤보는 복리이다'와 같이 금융권 종사자로서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이씨는 이 문서에 실제 게임 중 보이는 화면을 캡쳐해 붙여 넣은 뒤 번호까지 매겨가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애니팡 이용자들이라면 귀가 솔깃해질 득점 요령도 상당히 설득력 있지만, 이 문서가 은행에서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리포트 형식과 똑같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노란색의 별모양 로고와 레이아웃은 언뜻 보기에 정식 리포트와 다를 바 없고, 표지 상단에 '국민을 먼저 생각합니다'라는 카피가 쓰여 있던 자리에는 '콤보를 먼저 생각합니다'라는 재치 있는 문구가 들어 있다.이씨는 또 리포트 맨 마지막 장에 '글쓴이 이종길, 감수 정우성(H자산운용 AI팀)'이라는 실명과 함께 각각 이들의 애니팡 최고점수 71만2832점, 47만8373점을 인증한 스마트폰 캡쳐 사진도 첨부했다.파일을 열어 본 네티즌들 "금융권에서 최초로 발간된 애니팡 리포트?", "아니 저걸 정말 은행에서 만들었단 말인가…", "트레이딩 잘하시는 분은 역시 애니팡도 잘하시나 봅니다", "저는 매뉴얼대로 하려니 더 안되네요" 등 재밌다는 반응을 보내고 있다.조인경 기자 ik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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