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승환 기자] 소설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무대인 인천 동구 만석동 쪽방촌 노인 자활시설이 운영위기를 맞고 있다. 운영비 4000만원을 구할 곳이 없어 내년 이후 정상적인 운영이 불투명하다. 정부와 인천시가 총 179억 여원을 들여 이른바 '현지보존형' 재개발에 나섰지만 정작 주민들에게 가장 절실한 현안이 뒷전으로 밀리는 모양새다.3일 인천시와 동구, (사)인천내일을여는집 부설 인천쪽방상담소에 따르면 노인 23명이 일하고 있는 자활 공동작업장의 내년 이후 운영비 마련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인천 동구 만석동에 자리한 괭이부리말 내 골목길. /사진=노승환 기자 todif77@
인천쪽방상담소가 공동작업장을 운영하는데 필요한 돈은 한 해 4000만원 선이다. 2008년 6월 작업장이 문을 연 뒤 지난해까지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한 해 4500만원을 지원했다.모금회는 당초 예정된 3년 동안만 자금을 지원하고 공동작업장 지원을 끊었다. 이 때문에 공동작업장은 올해 초 이미 한 차례 폐쇄 위기에 몰렸다.그러다 올해 인천시가 임시로 1년 동안 운영비를 지원하기로 하면서 공동작업장은 간신히 유지돼왔다.문제는 내년부터다. 인천시는 공동작업장을 관리하는 쪽방상담소 직원 인건비 정도만 부담한다는 방침이다. 애초 올해 예산지원이 한시적이었고 시의 재정난 때문에 지속적인 지원이 어렵다는 것이다.공동작업장을 운영하려면 직원 인건비 말고도 노인들의 무료급식비, 건물 관리비 등이 필요하다. 인건비 만으론 정상적인 운영이 어렵다.결국 또 한 번 문을 닫을 처지가 된 작업장을 살리기 위해 인천쪽방상담소는 인천 동구청에 공간 마련을 부탁했다. 동구가 괭이부리말 안에 내년 3월까지 지상 4층 규모로 지을 '희망키움터' 입주를 요청한 것이다. 하지만 15억원을 들여 희망키움터를 짓고 있는 동구는 운영비 지원요청에 손사래를 쳤다. 역시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동구는 인천시가 운영비를 계속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 현 상태로라면 공동작업장은 내년에 사실상 문을 닫아야 한다.인천시는 지난 달 26일 임대 아파트(2동 98가구) 신축을 포함하는 이른바 '현지보존형' 괭이부리말 재개발 사업의 기공식을 가졌다. 인천시는 국고보조금을 포함해 향후 총 179억5000만원을 이 사업에 투입한다. 운영비 40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공동작업장의 처지를 생각할 때 주민 삶의 질을 높인다는 재개발 사업의 취지가 무색해지는 상황이다.박종숙 인천쪽방상담소장은 "어떻게든 내년 운영비를 확보한다해도 그 이후가 문제다.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자활사업을 위한 지자체와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없는 한 공동작업장은 해마다 폐쇄 위기를 겪을 수 밖에 없다"며 도움을 호소했다.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운영비 마련을 위해 동구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동구에서 정 사정이 어렵다면 인천시가 한 해 더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노승환 기자 todif77@<ⓒ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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